장애아동과 함께 어울리는… 어린이대공원 꿈틀꿈틀 놀이터 개장
13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꿈틀꿈틀 놀이터’에서 휠체어를 탄 어린이가 경사로를 이용해 미끄럼틀로 올라가고 있다. 한 어린이는 안전벨트를 맬 수 있는 ‘카시트 그네’를 타며 즐거워하고 있다(아래 사진). 서울시 제공
놀이터는 장애아동 부모와 특수교사,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한 ‘참여 디자인’을 바탕으로 설계됐다. 지난해 6월부터 놀이터 디자인에 참여한 장현아 씨(49)는 발달장애를 겪는 이종민 군(16)의 어머니이자 함께가는마포장애인부모회 회장이다. 장 씨는 “예전엔 놀이터에 가면 식은땀부터 났다”고 털어놨다. 다른 아이들이 순서를 기다리는데 아이가 빨리 가지 못해 따가운 시선이라도 받으면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장 씨는 간담회도 참석하고, 행동 분석을 위해 놀이터에서 아이가 노는 모습을 관찰하며 ‘우리가 가도 돼?’라는 불안이 ‘우리도 즐거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학교처럼 딱딱한 공간을 벗어나니 다른 아이들이 쉽게 다가와 말을 걸었고, 자연스레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장 씨는 “기구 중심의 놀이터 대신 장애는 물론이고 나이에도 상관없이 누구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놀이터 조성에 참여한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관계자는 “장애아동만을 위해 만든 기존 놀이터와 달리 ‘편견 없는 놀이터’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며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놀이터를 통해 장애·비장애아동들이 격리된 채 서로의 차이를 인식하게 되는 현상을 개선하고 싶다”고 했다.
아름다운재단과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대웅제약, 서울시설공단이 협력한 이번 놀이터 제작 과정은 추후에 다른 곳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로 만들 계획이다. 아름다운재단 관계자는 “꿈틀꿈틀 놀이터의 모델을 바탕으로 다양한 방식의 놀이터가 더욱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