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경영대 추가학기를 다니는 김모 씨(27)는 지난해 구직활동에서 전패했다.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까지 모조리 응시했지만 열에 예닐곱은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 면접까지 가본 경우도 드물었다. 토익 점수, 봉사활동, 어학연수, 자격증, 학점 등 소위 ‘취업스펙 5종 세트’까지 갖췄지만 역부족이었다. 김 씨는 “주변에서 취업을 했다는 이들을 찾기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지난해 공식 청년(15~29세) 실업률은 9.2%이지만 구직단념자를 포함한 체감 청년실업률은 20%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된다. 1주일에 1시간이라도 일을 하면 고용 통계상 취업자로 넣기 때문에 취업에 실패해 아르바이트 등을 임시로 하는 이른바 ‘숨어있는 실업자’도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지난해 청년희망펀드, 청년희망 예산,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 등 청년 일자리 정책을 쏟아냈지만 청년일자리 창출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경제성장률이 당초 정부 예상치(3.8%)보다 1.1%포인트나 하락한데다 수출부진의 여파로 기업들이 축소경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갈리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때문에 첫 직장을 선택하는 청년들의 선택도 신중해졌다. 이른바 청년층의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 현상 때문에 청년 고용률은 좀처럼 40%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청년 고용률은 2014년 40.7%에서 지난해 41.5%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학력과잉의 대졸 청년들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같은 안정된 양질(良質)의 일자리를 원하지만 청년들을 겨냥해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나 단순노무직이 대부분이다.
실제 지난해 20대 취업자수는 6만8000명 증가했다. 하지만 고용의 증가가 반드시 ‘좋은 일자리’로 연결된 것은 아니었다. 직업별로 봤을 때 지난해 가장 일자리가 많이 증가한 직업군은 건물 청소, 경비, 배달, 포장, 가사도우미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단순노무 종사자였다. 지난해 단순노무 종사자는 전년 대비 13만 명(3.9% 증가) 늘어난 데 비해 같은 기간 동안 사무직 등 관리자는 4만4000명(11.1% 감소) 줄었다.
청년들의 경우 취업 자체가 쉽지 않은데다 설령 취업을 하더라도 급여나 복지수준이 낮은 직업에 내몰리고 있다. 그 결과 직장이나 학교를 다니지 않고 취업 의지도 없는 ‘고학력 니트(NEET)족’이 늘어나고 있다. 통계개발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2015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대졸자의 25~30% 정도가 교육받은 것을 제대로 활용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한국의 청년 일자리 사정은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남유럽 국가들 역시 학력과잉으로 인한 청년실업률이 전체 실업률보다 2배 이상 높은 실정이다.
경제활동인구 증가로 그나마 취업자수가 소폭 증가한 20대와 달리 30대와 40대는 오히려 취업자수가 각각 3만8000명, 1만4000명 줄어들었다. 그러다보니 취업자수 증가를 주도한 이는 50대(14만9000명)와 60세 이상(17만2000명)의 장년·노령층이었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구직 활동에 나서면서 비정규직 취업이 증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고용증가세가 올해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과제들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4대 부문 구조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