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이달 말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 누리과정 지원이 끊길 예정인 가운데 학부모들 사이에서 양육수당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등원하는 아이들을 맞아주고 있다. 최혁중기자 sajinman@donga.com
● 차라리 양육수당으로
양육수당은 취학 전(84개월 미만) 자녀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부모가 직접 가정에서 키울 경우 아이의 나이에 따라 매달 10만~20만 원씩을 정부가 통장에 입금해주는 서비스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을 위한 누리과정 지원과 형평성 차원에서 가정보육 아동은 양육수당으로 지원하는 것.
교육청에도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이 어떻게 하면 양육수당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오는 민원전화가 이번 주부터 하루 10여 건 씩 걸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도 비슷한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은 특히 형편이 빠듯하거나, 자녀가 많은 엄마들 사이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일부 엄마들은 이미 “어린이집을 끊고 주민센터에 양육수당을 신청했다”는 후기를 올리기도 했다. 전업주부 사이에서도 “육아 불편을 감수하고 차라리 양육수당을 받겠다”는 의견이 퍼지고 있다. 누리과정이든 양육수당이든 ‘어차피 둘 다 정부 돈인데 어느 쪽이든 안 받으면 손해’라는 계산 때문이다.
반면 학비가 저렴한 국공립 유치원 학부모나, 형편이 다소 나은 학부모들은 누리과정 지원이 끊겨 개인이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현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직장맘’들은 누리과정 지원이 끊겨도 아이를 맡길 대안이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
● 또 다른 재정 부담 우려
지난해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과 유치원 아동학대 사건 직후 양육수당 신청이 급증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자녀를 보내던 학부모들이 감염이나 학대피해를 우려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끊고, 대신 양육수당을 받아 집에서 아이를 키운 것. 누리과정 중단으로 인한 양육수당 신청 증가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예상치 못한 ‘누리과정 난민’이 대거 몰려올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혹시나 복지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사태 추이를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있다”며 “양육수당 신청이 얼마나 늘지 그 규모는 이달 말에나 집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