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락 부산경남취재본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권오길 울산본부장(49)이 황당한 듯 말했다. 울산시가 새해 첫 정무직 인사로 노동특보를 임용한 것을 두고 12일 “민주노총과 사전 논의가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권 본부장은 이렇게 되물었다. 특보 인선 과정은 물론이고 임용 후에도 민주노총 울산본부 측과 대화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임용 후 의례적인 상견례조차 없었다고 한다.
울산시 노동특보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울산본부 전 수석부의장 박동만 씨(56)가 임용된 것은 4일. 울산시는 김기현 시장의 공약에 따라 지난해 10월 8일 채용공고를 냈지만 1명만 지원해 무산됐다. 같은 달 21일 재공고에서 7명이 지원해 면접 등을 거쳐 박 특보가 최종 임명됐다.
노동특보는 분규 발생 사업장에 직접 찾아가 노사 대표를 만나 머리를 맞대고 필요하다면 중재도 설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임용 과정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시민이 많다. 울산시가 노동계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 노동계의 한 인사는 “노동특보 임용 전에 울산시 담당 간부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울산본부 사무실을 찾아가 특보 신설 취지를 설명한 뒤 적임자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면 힘이 더 실렸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불통 사례는 또 있다. 20년 전부터 추진한 신불산 케이블카가 아직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도 사회·환경단체와 제대로 소통하지 않았던 게 가장 컸다. 반대대책위원회는 6일 울산지법에 신불산 케이블카 무효 확인소송까지 제기했다.
김 시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공무원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으로 ‘속도’ ‘담대(용기)’와 함께 ‘소통과 공감’을 당부했다. 후한서에 나오는 ‘독목불림(獨木不林·나무 한 그루가 숲이 될 수 없다)’도 인용했다. ‘고수미음(高樹靡陰·키만 큰 나무는 그늘이 없다)’과 함께 나오는 말이다. 올해는 각계각층과 두루 소통하는 울산시정을 기대한다.
정재락 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