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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황태훈]4·13총선 투표 설명서

입력 | 2016-01-12 03:00:00


황태훈 정치부 차장

“철수(撤收)한 거야, 안 한 거야?”

“이번 철수는 그래도 공격적인데….”

“머리 스타일도 바뀌고, 이제 정치인처럼 보여.”

요즘 ‘안철수 신당(국민의당)’이 화제다. 4·13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안 의원의 행보가 그렇다. 새정치연합 공동 창업주였던 김한길 의원과 신당으로 다시 뭉쳤다. 반면 ‘제1야당’ 더민주당은 혼란의 연속이다. 탈당이 이어지며 새 당명 ‘더불어’와는 거꾸로 간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표는 ‘마이 웨이’다. “나를 따르지 않으려면 정리하라(나가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안 의원 역시 “총선에서 야권 연대는 없다”며 문 대표와의 한판 승부를 예고했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다.

문 대표와 안 의원의 갈등 드라마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시작됐다. 안 의원은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문 대표에게 양보했다. 문 대표 측은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패한 뒤 안 의원에게 책임을 돌렸다. “안 의원이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는 거였다. 안 의원 측은 양보하고도 욕을 먹은 게 상처로 남았다.

둘은 태생부터 달랐다. 문 대표는 법조인, 안 의원은 사업가 출신이다. 문 대표는 원칙을 강조하고, 안 의원은 요모조모를 따져 본다. 정치 스타일도 다르다. 문 대표는 자신의 측근인 친노(친노무현) 진영만 바라본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불만에는 귀를 닫아 분열을 자초했다. 안 의원은 오히려 자기 사람을 놓쳤다. 2014년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를 만들었지만 갑자기 민주당과의 합당을 선언해서다. 다만 최근 신당 창당 과정에서 옛 동지와 다시 손을 잡은 건 의미 있는 변화다.

14일로 총선 ‘D―90’이다. 더민주당은 전력 누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친노당(黨)’이 돼선 승산이 없다. ‘김대중, 노무현, 호남’ 등 과거의 지지층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는 얘기다. 국민의당은 2월 창당 전까지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20석)을 채우길 바라겠지만, 무리한 세 확장은 위험하다. 새로운 정치 인재 수혈에 실패할 경우 ‘새 정치’ ‘대안 정당’의 기대감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야권의 ‘헤쳐 모여’ 속에 새누리당은 총선 승리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김무성 대표는 “국회의석 300석 중 180석이 목표”라고 했다. 180석은 국회의원 총원의 5분의 3이다. 야당이 각종 현안을 막는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할 커트라인이다. 압도적인 전력으로 내년 대선까지 승세를 이어간다는 속내도 읽힌다.

여당에도 고민은 있다. 새누리당은 총선 경선을 두고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진영 간 갈등이 불거졌다. TK(대구경북)는 양 진영 간 감정싸움 조짐마저 보인다. 일부 친박 의원이 “진실한 사람” 운운하며 비박계를 깎아내리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권력은 유한(有限)한데, 견장을 차고 돌아다니는 이들이 있다”며 친박계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런 여당에 대해 “어부지리 승리만 기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선 막판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는 거다.

“두려워하라!” 영화 ‘검은 사제들’에 등장하는 섬뜩한 대사다. 악마에 들린 여고생이 겁에 질린 신부를 향해 던진 말이다. 악(惡)은 약한 인간의 마음속을 꿰뚫어 본다. 각자의 길을 가는 야당과 세력 확장을 꿈꾸는 여당. 여야 모두 인재 영입에 목소리를 높이지만 ‘인재 아닌 인재’를 끌어들이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이제 공은 유권자에게 돌아왔다. ‘19대 국회의 무능함’을 잊어선 안 된다. 한 표 한 표는 향후 ‘대한민국의 4년’을 좌우한다. 총선에서 ‘악마 같은 시선’을 가져야 할 이유다.

황태훈 정치부 차장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