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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학생 이름 부르며… 단원고 ‘4시16분 방학식’

입력 | 2016-01-11 03:00:00

故 김초원 교사 부친이 출석 불러… 자녀 자리 앉은 유족들 눈물의 대답
“실종자 있는 한 졸업식 못해”




“잊지 않을게요” 10일 경기 안산시 단원고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겨울방학식’이 열렸다. 이날 유족과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로 숨진 2학년 학생들이 쓰던 교실을 찾아 출석을 대신 부르며 희생자들을 기렸다. 안산=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번부터 출석을 부르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방학식이었다. 학생 이름이 불릴 때마다 교실 곳곳에서는 울음이 터져 나왔다. 10일 오후 4시 16분 경기 안산시 단원고 명예 3학년(당시 2학년) 교실에서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과 교사를 위한 ‘겨울방학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과 시민단체 ‘세월호 304 잊지 않을게’, ‘리멤버0416’이 12일 학교 졸업식을 불참하는 대신 마련한 자리다. 아직 실종자들이 있는데 졸업식을 열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세월호 참사 635일째인 이날까지 단원고 교사 2명과 학생 4명의 시신을 찾지 못했다.

이날 명예 3학년 3반 교실은 달력, 식단표, 시간표까지 2014년 4월 수학여행을 떠나기 직전 그대로였다. 달력에는 학생들이 표시한 ‘수학여행’이라는 글씨가 선명했다. 3반 담임이었던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 씨(57)는 딸을 대신해 출석을 부른 뒤 학생 자리에 대신 앉은 유족 및 시민들과 일일이 포옹을 나눴다. “우리 딸이 아이들이랑 하늘나라에서는 공부할 걱정 없이 소풍이나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고 정예진 양(당시 17세)의 어머니 박유신 씨(44)는 수학여행 가는 버스 안에서 찍은 딸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한동안 딸의 책상 곁을 떠나지 못했다. 박 씨의 왼손에는 딸의 이름을 새긴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그는 “아이들(희생자)이 하루 8시간 이상 보냈던 이 공간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말 학교 인근에 별도의 추모 교육시설을 세워 추모 공간으로 보존해 오던 교실 10곳을 옮기자고 유족들에게 제안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안산=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