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내면]프로파일러가 본 미혼모 아기 6명 데려다 키운 20대女
임모 씨 가족이 10일 집 앞 의류함에 버린 유아용 보행기 패드. 돈을 주고 데려다 키운 아이들을 태우던 보행기가 더이상 쓸모가 없어져 버린 것으로 보인다. 논산=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엄마 없는 애.”
임 씨가 어린 시절 가장 듣기 싫어 한 말이었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를 병으로 잃었다. 학교 행사 때면 어머니의 손을 잡고 등교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부러운 눈길로 지켜봐야 했다. 엄마가 없다는 사실은 친구들의 놀림감이 됐다. 임 씨의 아버지나 할머니가 학교를 찾았지만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줄 순 없었다.
어린 임 씨는 엄마는 없지만 누군가의 엄마가 되고 싶었다. 마음속에 모성애의 욕구가 크게 자리했다. 임 씨의 친척도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키우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강아지나 고양이도 많이 길렀다”고 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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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씨는 TV를 통해 미혼모의 존재를 알게 됐다. 미혼모에게 버려지는 아기를 보면서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그에게 엄마 없는 아기는 곧 자신이었다. 그래서 미혼모를 대신해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다. 2014년 3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아기를 낳았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미혼모의 글을 봤다. 임 씨는 “제가 살게요”라고 답을 달았다. 그렇게 지난해 4월까지 아기 6명을 데려왔다. 임 씨를 면담한 경찰 프로파일러는 “임 씨가 ‘아기를 자기처럼 불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며 데려온 이유를 설명했다”고 전했다.
임 씨는 스스로를 생모라고 믿었다. 이름을 지어주고 “○○야, 엄마다”라고 불렀다. 경찰 조사에서 무심코 “내가 아기를 낳았다”고 말했다가 정정하기도 했다. 밤이면 우는 아기를 달래기 위해 잠을 설친 기억을 보통 엄마들처럼 이야기했다. 낡은 연립주택에 함께 사는 할머니, 아버지, 남동생 2명도 육아를 도왔다. 어려운 형편에도 돌잔치를 열고 반지까지 마련해줬다. 프로파일러는 심리검사를 위해 가족을 묘사한 그림을 그려 달라고 했다. 임 씨는 가족, 아기들과 함께 큰 상에 둘러앉아 화목하게 식사하는 모습을 종이에 담았다.
경찰은 임 씨가 돈벌이 목적으로 아기를 데려왔을 가능성을 집중 수사했다. 하지만 수사결과 아직 관련 혐의점은 밝혀지지 않았다. 아기의 건강상태도 양호했고 학대 흔적도 없었다. 6명 중 2명의 미혼모가 아기를 돌려주길 원하자 건넨 돈도 받지 않고 아기를 보냈다고 한다. 현재 임 씨와 고모가 키우던 아기 4명은 아동보호기관에서 키우고 있다. 프로파일러는 “임 씨가 버려진 아기를 키우는 일을 선행이라 여기고 죄가 되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 씨의 과거 상처가 그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한 전문가는 “경계선 지능의 여성이 해결되지 않은 심리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아이들을 도구로 이용한 측면도 있다. 장기적으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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