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세 생일 회견… 아베와 달리 ‘침략전쟁 망각’ 경계
아키히토 일왕은 이날 보도된 일본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매년 전쟁을 모르는 세대가 늘고 있지만 과거 전쟁에 대한 것을 충분히 알고 깊이 생각하는 것이 일본의 장래에 지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왕은 올해가 전후 70주년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기자회견 내용 중 절반가량을 전쟁과 평화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데 할애했다.
일왕은 태평양전쟁 당시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해 “평화로웠다면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의미 있는 인생을 보냈을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것을 생각하면 매우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인 선원들의 희생을 예로 들며 “장래에 외국 항로의 선원이 되기를 꿈꿨던 사람들이 군인과 군용 물자 등을 실은 수송선의 선원으로 일하다 적의 공격에 목숨을 잃었다”며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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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은 8월 15일 열린 전몰자 추도식에서 공식 석상에서는 처음으로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우경화 행보를 견제하는 언행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는 “나이를 느낄 때가 많고 행사 때 실수도 있었다”며 “매 행사에 더 주의 깊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전몰자 추도식에서 순서를 헷갈리고 10월 25일 도야마(富山) 현 행사 때 이미 진행된 메인 행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등의 실수가 있었던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이 같은 일왕의 실수가 일본의 일부 매체에 보도돼 ‘건강 이상설’이 돌기도 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