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년 12월 24일
성탄절을 하루 앞둔 날, 극장에서 공포영화를 본다는 것은 어떤 매력이 있는 일일까. ‘공포영화=여름 시즌’이라는 케케묵은 ‘공식’을 과감히 깬다는 것은 또 어떤 의도일까.
세기말, 1999년 오늘 영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사진)가 개봉했다. 1998년 5월 말 선보인 ‘여고괴담’이 서울 관객 62만여명을 불러 모으며 한국 공포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 기록을 남긴 뒤였다. 하지만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여고괴담’의 속편이 아니었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그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여학교라는 배경과 불안한 10대 소녀들의 이야기라는 점만 빼고는 ‘여고괴담’과 큰 연관성도 갖지 않는 작품이다. 겨울 시즌, 그것도 밝고 따뜻한 로맨스물도 혹은 거대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영화도 아닌 공포 장르의 영화가 성탄 전야 개봉했다는 점 역시 통상적인 장르물로서 공포를 가득 담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이젠 ‘탕웨이의 남자’가 된 김태용 감독과 ‘간신’의 민규동 감독이 함께 연출했다. 그해 3월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동기생인 두 사람은 여름 제작사 씨네2000의 연출 제안에 망설이다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이내 여고생들을 만났다. 영화의 소재가 된 ‘교환일기’(한 권의 일기장에 두 명 이상의 친구가 돌아가며 일기를 써나가는 것)의 사실성을 얻기 위해 실제 60권을 읽었다. 또 여고 연극반 워크숍에 참여해 소녀들의 정서를 익혀갔다. 물론 두 감독은 이미 단편영화 ‘열일곱’을 함께 만들며 10대의 감성을 공부해놓은 터였다.
제작진은 기획을 거쳐 그해 5월 연기자를 공모했다.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PC통신을 통한 오디션 심사를 시도했다. 잠재관객인 누리꾼의 관심을 미리 잡아두려는 의도이기도 했다. 이를 통해 당시 고교 3년생이던 박예진이 캐스팅됐다. 이영진과 김민선 그리고 공효진도 합류했다.
대학 저학년생이거나 고교생 모델이었던 이들은 ‘여고괴담’의 최강희, 김규리, 윤지혜 등을 발굴한 데 이은 새로운 ‘예비스타’였다. 역시 스타덤에 올랐다. 그리고 영화 또한 한국 공포영화의 ‘명품 브랜드’가 됐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