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찰 외국발생 사건 첫 직접수사
필리핀에서 교민이 무장괴한의 총격으로 또 숨졌다. 올 들어 필리핀에서 발생한 11번째 한국인 피살자다. 경찰은 21일 범죄 전문 수사관 4명을 현지에 급파했다. 한국 경찰이 외국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직접 수사에 나선 것은 창설 이후 처음이다.
21일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20일(현지 시간) 오전 1시 반경 필리핀 중부 바탕가스 주 말바르 시에서 교민 조모 씨(57)가 자택에 침입한 4인조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 조 씨는 당시 필리핀인 부인, 아기와 함께 잠을 자다 피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경찰은 괴한들이 금품을 훔친 흔적을 남긴 것으로 미뤄 단순 강도사건인지 아니면 사업상 원한 관계에 의한 범행인지 조사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침입 방법과 금품이 사라진 정황 등을 고려할 때 강도사건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원한에 따른 강도 위장 청부살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인 피살자가 많은 이유는 불법 총기가 100만 정 이상 유통되고 살인청부가 횡행하는 필리핀의 치안 상태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2013년 이후 다른 나라에서 피살된 한국인 중 40%가 필리핀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해 이후 피살자 중 단순 여행객은 없고 교민이나 사업을 위해 필리핀을 찾은 사람이 피해를 당했다”고 말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이유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