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으로 교체하는 개각을 발표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까지 내년 총선에 나갈 장관들을 쫓기듯 정리한 ‘총선용 개각’이다.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들을 총선에 내보내는 것이 국정보다 중요하다는 데 얼마나 많은 국민이 납득할지 모르겠다.
유 후보자만 해도 총선 출마를 위해 스스로 국토교통부 장관을 그만뒀던 사람이다. 청와대는 “경제정책과 실물경제에 대한 식견과 정무적인 역량을 바탕으로 4대 개혁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 분”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표밭을 갈던 의원을 한 달여 만에 다시 불러들이는 ‘회전문 인사’를 할 만큼 이 정부에 사람이 없는 것인지도 답답하다.
국회에 법안 통과를 압박하며 개각을 미루던 박 대통령이 정치인을 새 경제수장으로 택한 것은 ‘정무적 역량’을 높이 샀기 때문일 것이다. 당장 청문회를 통과하고 경제 관련 법안들이 무난히 처리되도록 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최 부총리처럼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 후보자는 “정부의 일관된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혀 경제 기조에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 금리 인상 말고도 중국의 경제 둔화와 국제유가 추락, 신흥국발(發) 위기 조짐에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간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 후보자는 기존 정책을 유지한다는 식의 소극적 대응에서 벗어나 앞으로 닥칠지 모를 위기를 막고, 중병에 빠진 한국 경제의 근본적 치유에 나서야 한다. 대통령과 끝까지 임기를 같이할 각오로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