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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美금리 인상… 한국경제 명운이 야당 손에 달렸다

입력 | 2015-12-18 00:00:00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6일(현지 시간) 9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0.25%포인트 올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조5000억 달러를 찍어 경기를 부양해온 미국이 7년 만에 ‘제로 금리 시대’를 끝내면서 이제 높은 수익률을 찾아 세계로 빠져 나갔던 달러가 속속 미국으로 환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래전 예고된 연준의 결정으로 불확실성이 제거돼 어제 오전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상승세로 출발했다. 한국 코스피와 아시아 증시도 종일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이 같은 ‘안도 랠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1990년 이후 이번까지 5번 금리를 높인 미국은 그중 두 차례 세계에 금융위기를 불러왔다. 1994∼1995년 금리를 높인 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했고, 2004∼2005년 인상 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벌어졌다. 특히 1994년 위안화가 대폭 절하되고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자 엔화 가치도 빠르게 낮아지면서 수출은 격감했고, 대선을 앞두고 정쟁은 격화돼 외환위기로 치달았던 1997년과 지금의 상황은 너무나 흡사하다. 이번에도 경제가 시원치 않은 신흥국에서 달러가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신흥국발(發) 글로벌 위기가 나타나면 자칫 한국으로 전이될 우려가 없지 않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어제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해외발 악재에 취약하다. ‘슈퍼달러’와 엔화·위안화의 초약세가 2∼3년 계속되면 수출 여건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할 정도로 막대한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까지 안고 있어 미국처럼 금리를 올리기도, 반대로 내리기도 어려워 진퇴양난일 수 있다. 그제 박근혜 대통령이 “신흥국 불안 가능성이 큰 만큼 위기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위기를 한 번 겪으면 성장률은 반 토막이 난다. 다시 위기를 맞으면 1%대의 저성장으로 고꾸라질 수도 있는 지금, 우리는 여야 정쟁이나 여여(與與) 다툼을 벌일 만큼 한가하지 않다. 다시 ‘IMF 사태’를 겪지 않기 위해선 정파와 이념, 노사(勞使)를 떠나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야만 한다. 미국 금리 인상, 신흥국발 리스크, 글로벌 환율전쟁 등 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몰려오는 ‘퍼펙트 스톰’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 부실을 정리하는 구조조정과 신성장 동력을 찾는 경제활성화가 너무나 절실하다.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할 기업활력제고를위한특별법(일명 원샷법), 새로운 일자리와 투자를 가능케 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다. 야당은 최소한의 노동 유연성 제고를 위한 노동개혁 5개 법안도 ‘쉬운 해고법’이라며 민노총과 함께 통과를 막고 있다. 야권 일각에선 이들 법안 통과에 협조해 경제가 살아나는 것보다는 법안의 발목을 계속 잡아 경제난이 심해지는 게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유리하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16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활성화법안과 관련해 “우리 당이 논의 자체를 거부한다면 반(反)기업적 집단처럼 비치는 것 아니냐”고 말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희망을 걸고 싶다. 지금처럼 야당의 반대로 개혁 법안 통과가 무산되고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진다면, 국민의 분노는 정부 여당이 아니라 야당으로 향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총선과 대선이 예정된 향후 2년간 한국 경제의 명운은 사실상 야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