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당 안에서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어제 탈당을 선언했다. 작년 3월 2일 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와 합당에 합의한 지 651일 만이다. 안 의원은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새누리당 세력의 확장을 막고 국민의 삶을 돌보는 새로운 정치로 보답할 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새정치연합에서 호남·비주류 의원들 가운데 일부가 합류할 움직임이어서 야권 재편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표는 안 의원의 탈당을 막으려 했으나 ‘혁신’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달랐다. 문 대표는 안 의원의 핵심 요구사항이었던 대표직 사퇴와 새로운 지도부를 뽑는 혁신전당대회도 어제 오전에야 수용 가능성을 비쳤을 뿐이다. 문 대표는 2015년 2월 당 대표가 된 뒤 4·29, 10·28 재·보선의 패배에도 책임을 지기는커녕 친노 기득권 강화에 몰두해 안 의원 탈당에 빌미를 주었다. 두 초선급 전·현 당대표가 맞부딪친 ‘양초의 난’이 제1야당의 분열로 이어진 셈이다.
그러나 ‘안철수 현상’도 사라진 판에 안 의원이 이제 와서 또 ‘새로운 정치’를 내세운다고 해서 과연 얼마나 국민의 호응을 얻을지도 알 수 없다. 안 의원은 지난해 지역주의 기득권에 찌든 양당정치 체제 타파를 표방하며 신당 추진의 닻을 올린 지 한 달여 만에 ‘청산 대상’인 민주당과 합당했다. ‘낡은 진보 청산’을 내세우면서도 불법·폭력시위 세력과 단호히 선을 긋지 못했다. 이념에 붙들려 법안 심의를 가로막는 수구적 진보의 행태를 단호히 비판한 적도 없다. 뚜렷한 새 정치도, 리더십도 보인 적 없는 안 의원은 결국 당내 권력 투쟁에 패해 탈당했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 없을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을 무기로 막강해진 야당이 안 의원의 탈당으로 또 쪼개져 선명성 경쟁을 하게 되면 경제활성화법안과 노동개혁법안의 국회 처리가 표류하고 국정의 피해가 커질까 우려된다. 안 의원이 진정 새 정치를 실천할 용기가 있다면 이런 ‘낡은 정치’ 행태부터 청산하는 일에 앞장서기 바란다. 새누리당도 야권의 분열을 즐기며 친박-비박 간 기득권 지키기 경쟁에만 골몰하다간 쓴잔을 들이켤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