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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시간이 갈수록 야구 재밌어…40대에게 힘 됐으면”

입력 | 2015-12-08 20:35:00



“어떻게 잊을 수 있나요. 기분이 날아갔죠. 처음 받고는 ‘어릴 적 꿈이 현실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죠.”

39세 이승엽은 그 날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삼성 이승엽은 1997년 이맘 때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안았다. 당시 그의 나이 21세. ‘국민타자’의 탄생을 알린 순간이었다. 18년이 흘러 이승엽은 역대 최고령으로 ‘황금 장갑’을 차지하며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다시 썼다. 그는 “한국 나이로 40세가 됐다. 사회가 힘든데 40대 분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꿈을 좇던 그는 어느새 희망의 전도사가 됐다.

이승엽은 8일 열린 2015 골든글러브 시상식 지명타자 부문에서 총 유효표 358표 중 246표를 받아 득표율 68.7%로 2위 최준석(77표)을 제치고 황금빛 트로피를 받았다.

지난해 역대 최다인 통산 9회 수상 기록을 세웠던 그는 10번째 골든글러브를 자신의 장식장에 보관하게 됐다. 그것도 39세 3개월 20일로 이병규가 2103년 세운 종전 최고령 수상 기록(39세 1개월 15일)까지 넘어섰다. 이승엽은 “솔직히 기대를 못했는데 너무 감사하다. 야구장에서 나이는 의미 없다. 오로지 실력, 체력, 정신력만이 있을 뿐이다. 시간이 갈수록 야구가 더 재밌다”고 말했다.

이승엽을 15년 가까이 곁에서 지켜본 김남형 삼성 홍보팀장은 “그에게 골든글러브의 최대 경쟁자는 아마 자기 자신이었을 것이다. 세월의 흐름에 묻히기 보다는 늘 자신과 싸워 이겼기에 가능한 일이다”고 평가했다. 1997년 타율 0.329. 32홈런, 114타점이던 이승엽의 올 시즌 기록은 타율 0.332, 26홈런, 90타점으로 한결같았다. 사상 첫 통산 400호 홈런을 달성한 것도 올해였다. 20대 때보다 3시간 빨리 운동장에 도착해 몸을 풀고, 정확한 임팩트를 위해 간결한 스윙으로 변신을 꾀하는 등 늘 땀을 쏟았다.

남다른 인성과 남에 대한 배려심은 그의 클래스를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총액 36억 원에 삼성과 2년 재계약한 그는 야구 꿈나무 육성 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3억 원을 내놓았다. 이승엽은 “이 정도면 됐다고 안주하는 순간 선수 생명은 끝난다. 마음이 몸을 지배한다. 다음 주부터 대구에서 훈련을 재개한다”고 말했다.

최대 격전지로 꼽힌 1루수 부문에서는 40홈런-40도루의 주인공인 정규시즌 최우수선수 테임즈(NC)가 2년 연속 50홈런을 돌파한 박병호를 제치고 수상했다. NC는 시즌 종료 후 영입한 박석민(3루수)을 포함해 나성범(외야수), 해커(투수) 등 4명의 최다 수상자를 배출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