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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은 세상을 비추는 도구다. 거울은 타인의 시선에 보이는 나를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거울 밖의 나와 거울 속의 나를 만나게 해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대상을 왜곡하거나 미화하는 역할도 한다.
자신과 세계를 탐구해야 하는 예술가에게 거울은 숙명과도 같다. 거울이 이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수많은 예술가들이 거울을 예술의 소재로 사용해왔다. 모파상은 <어느 광인의 편지>에서 “거울 속에 내가 없었어. 하지만 거울 앞에는 내가 있었단 말이야”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렇듯 거울의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 개인의 심리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가져온다.
세계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중견 여성작가들이 거울의 다중적 의미를 짚어보는 이색 전시회 ‘리플렉션(reflection 거울에 비친 상)을 서울 종로구 아트스페이스 퀄리아에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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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서울을 비롯해 영국, 미국, 독일 등 해외 각지에서 거주하며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 여성작가들로서 거울에 관한 각각의 해석을 담은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모았다. 삶의 지역, 방식, 태도 등이 각기 다른 여성작가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해석한 거울에 대한 의미가 흥미롭다.
김보경 작가는 ‘space-a’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을 담아낸 사진을 통해 시간의 흔적을 유기적으로 표현했다. 김희숙 작가는 ‘버선’ 작업을 통해 미국으로 이민 온 동양여자의 경험과 자연과 문화에서 느끼는 영적 경험을 반영했다. 김효원 작가는 ‘심심한 오후’와 ‘책과 선인장’에서 작가의 심리를 대신하는 듯한 식물 이미지를 담아냈다.
박성영 작가의 ‘지금 여기’는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불교적 수행을 통해 진리에 다가가고자 하는 자신을 연꽃과 인간상으로 화면에 담았다. 윤선희 작가는 두 점의 거울 구름을 소재로 한 ‘무제’를 전시했다. 구름모양으로 비어있는 거울과 잘려 나온 구름의 공허하고 낯설고 불가사의한 측면을 강조한다.
이경희 작가는 벽면으로 돌출된 테이블과 벽면에 반사된 테이블의 그림자와 같은 설치 작업 ‘익숙한 정물1,2’를 통해 나를 바라보는 것과 타인을 응시하는 것의 의미를 짚었다. 조윤정 작가는 ‘Silence6’와 ‘Silence6-1’에서 흑백 톤의 그림을 통해 빛과 그림자, 실상과 허상의 구분이 없는 마치 거울에 투영된 것 같은 이미지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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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