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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기술료 甲질’ 3년 소송끝… 국책硏 누른 벤처

입력 | 2015-11-30 03:00:00

선박 평형수 장치개발 ‘테크로스’, 해양과기원과 특허기술료 법정다툼
항소심 “특허 무효” 업체측 손들어줘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 분야의 세계 1위 업체로 창조경제의 대표 사례로 꼽혔던 한 중소기업이 특허 기술료 지급을 놓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해양과기원)과 3년에 걸친 소송 끝에 항소심에서 사실상 승소했다.

국책연구기관의 과도한 기술료 요구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판사 배기열)는 해양과기원이 “특허전용실시료 81억여 원을 지급하라”며 ㈜테크로스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과 달리 “테크로스는 8억여 원을 지급하라”며 사실상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해양과기원은 2005년 10월 특허 출원 중이던 선박 평형수(운항 시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선박 내 탱크에 싣는 바닷물) 전기분해 소독장치의 전용실시권을 테크로스 측에 주고, 그 대가로 2025년까지 매년 시제품으로 제조한 전해모듈 매출액의 3%를 받기로 계약했다.

양측은 기술료 계산 과정에서 마찰을 빚었다. ‘매출액의 3%’라는 문구를 놓고 테크로스는 “전해모듈 판매로 발생한 매출액의 3%”라고 주장한 반면 해양과기원은 “전해모듈만 따로 판매된 적이 없으니 총 매출액의 3%를 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해양과기원은 2012년 9월 기술료 청구소송을 냈고 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는 테크로스 측에 “기술료 12억여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에서 이긴 해양과기원은 청구액을 81억 원으로 올려 항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특허법원에서 해양과기원의 특허가 “진보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효 판결이 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특허가 무효로 되면서 계약 사정이 변경됐다고 볼 수 있다”며 “2013년 4월 테크로스의 계약해지 통지 이전의 기술료 8억여 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테크로스 관계자는 “창조경제를 앞세우는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은 못해줄망정 석연치 않은 계약으로 발목을 잡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벤처기업을 향한 국책연구기관의 ‘갑질’ 풍토가 바뀌길 바란다”고 전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