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채류 중 비타민A 함유량 가장 많아 … 칼륨 탓에 만성 신부전증환자 과다섭취 피해야
시금치가 대표 건강식품이 된 것은 독일의 화학자 에릭 본 폴프의 영향이 크다. 폴프는 1870년 시금치 속 철분 함량을 분석하던 중 소수점을 잘못 찍어 실제보다 10배 많이 시금치 속 철분 함유량을 발표했다. 이후 오해는 풀렸지만 이미 만화로 유명해진 뒤 사람들의 기억까지 수정하지는 못했다. 실제로 시금치 철분 함량은 100g당 2.2㎎로 같은 양의 배추, 브로콜리 등보다 오히려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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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군 한 농민은 “시금치는 저온성 채소라 15도 이하에서 잘 자라며, 겨울철에 생산되는 시금치가 가장 맛있다”며 “지난 10월 초순에 파종한 시금치가 출하되는 12월 중순부터 1월 상순까지가 출하 절정기”라고 말했다. 이어 “해풍을 맞으며 노지에서 밤낮으로 얼다 녹다를 반복한 시금치는 향미가 진하고 영양분도 더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시금치는 다른 채소들과 달리 독특하게 겨울이 제철이다. 겨울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자란 시금치가 맛이 가장 좋다. 시금치 스스로 얼지 않기 위해 잎사귀에 당을 비롯한 영양분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경남 남해, 경북 포항, 전남 신안군 비금도 등에서 나는 것을 최상품으로 인정한다. 남해시금치는 잎 수가 많고 일반 시금치보다 저장성이 뛰어나다. 포항시금치는 크기가 작지만 시금치 특유의 항미가 강하다.
비금시금치는 게르마늄 성분이 함유된 개펄에서 해풍을 맞으며 자라 다른 종에 비해 게르마늄 함량이 높다. 땅바닥에 붙어 옆으로 퍼지면서 자라 길이가 짧은 게 특징이다. 잎과 줄기가 두꺼워 신선도가 오래 유지된다. 하지만 뿌린 씨앗의 발아율이 낮고 수확량이 개량종보다 20% 가량 적은 게 흠이다.
한국에서는 시금치를 일반적으로 국으로 끓이거나 무쳐 먹는다. 단백질이 부족한 채소의 특성상 시금치에 된장, 멸치, 조개 등 단백질이 풍부한 재료 넣어 끓인 시금치 된장국은 영양적으로 완벽한 음식이다. 최근에는 샐러드용으로 먹는데 잎이 부드럽고 연한 것을 골라 겉절이나 생채처럼 양념장에 가볍에 버무려 먹으면 시금치 특유의 향미를 느낄 수 있다. 시금치 속 카로틴을 효율적으로 먹으려면 기름에 살짝 볶는 게 좋다. 이후 소금, 후춧가루 등을 뿌리거나 드레싱을 곁들이면 맛있는 시금치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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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에는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 등 인체의 생리기능을 조절하는 영양소가 듬뿍 들어 있다. 이중 비타민A는 엽채류 중 가장 많이 들어 있다. 비타민A는 눈 건강, 골격성장, 항암작용 등에 효과가 있어 성장기 아이에게 시금치는 훌륭한 건강식이 된다.
몇 년전 미국의 한 영양학자가 시금치 속 수산(oxalic acid)이 체내에서 칼슘과 결합해 녹지 않는 수산화칼슘으로 변해 신장과 요로에 결석을 만든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논란이 됐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시금치 1㎏ 정도를 매일 먹을 때 가능한 가설로 일반적인 식생활에서는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금치는 평소 몸이 찬 사람이 많이 먹으면 피부에 종기가 날 수 있다. 사상체질 기준으로 열이 많은 소양인에게 어울린다. 시금치에 풍부한 칼륨은 만성 신부전증환자에겐 독이 될 수 있다. 극히 드물지만 일부 예민한 사람에겐 시금치가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한다. 아스피린 등 피를 묽게 하는 약이나 항(抗)응고제를 복용 중인 환자는 시금치에 풍부한 비타민K가 이들 약의 효과를 낮출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좋은 시금치를 선택하려면 먼저 잎이 싱싱하고 윤기가 있으며 짙은 녹색을 띤 것을 골라야 한다. 꽃대가 올라온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줄기가 많이 자란 것은 부드럽지 못하다. 구입한 시금치는 되도록 빨리 먹어야 하며, 오래 보관하려면 살짝 데친 뒤 냉동보관해야 한다.
취재 = 현정석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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