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위에 앉은, 조선 유일 ‘유희좌’ 불화
최근 일본 사찰에서 발견된 16세기 관음보살도. 한쪽 다리를 곧추세운 채 앉아 있는 유희좌 관음보살도는 조선불화에서 전례가 없다. 선재동자가 관음보살에게 불법을 구하는 화엄경의 한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정우택 동국대 교수 제공
16세기 중엽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시대 희귀 관음보살도가 일본에서 발견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조선시대 관음보살도는 총 4점. 이 중 연꽃 위에 앉아있는 ‘유희좌(遊戱坐·한쪽 다리를 곧추세운 채 앉아있는 자세) 관음보살’을 묘사한 불화는 이 작품이 유일하다. 통상 고려불화는 반가좌(半跏坐·한쪽 다리는 접고 다른 쪽 다리는 내리는 자세) 관음보살도, 조선불화는 윤왕좌(輪王坐·정면을 향해 무릎을 세우고 한 손을 짚은 자세) 관음보살도가 주류를 이룬다.
동국대 박물관장으로 불화 권위자인 정우택 동국대 교수는 “최근 일본 가나가와(神奈川) 현 가마쿠라(鎌倉) 시 사찰에서 매우 희귀한 도상의 선묘 관음보살도를 발견했다”며 “관음보살의 풍만한 얼굴과 윤곽선의 강약, 연꽃의 바림(한쪽을 짙게 색칠한 뒤 갈수록 엷게 칠하는 것) 기법 등으로 미뤄 보아 16세기 중엽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정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이와 유사한 도상의 목판화는 충북 단양 구인사 소장본을 비롯해 6, 7개가 있지만 회화 작품으로는 알려진 것이 없다.
정 교수는 28일 동국대에서 열리는 동악미술사학회에서 이 작품을 다룬 ‘조선 전기 신도상 선묘 관음보살도’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