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0m²서 쌀 542kg 생산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432만7000t으로 지난해보다 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통계 작성 후 최고치였던 2009년 491만6000t보다 60만 t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이는 올해 쌀농사에서만큼은 가뭄이 중요 재해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논 면적 96만6000ha 가운데 59.6%가 10년 빈도의 가뭄에 버티는 수리안전답이다. 관개시설을 갖춘 수리답 비율을 포함하면 전체 논의 80%가 넘는다.
올해 가뭄이 심했던 충남은 1000m²당 쌀 생산량이 566kg으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저수율이 낮았던 전북(548kg)과 충북(530kg)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상만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그동안 논의 기반 정리가 잘돼 가뭄에도 불구하고 풍년이 온 것”이라며 “벼가 익는 시기에 일조량이 많았고 태풍이 지나가지 않은 것도 풍년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 정부 당국, 풍년에 직불금 고민은 더 커져
풍년이라고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다. 가뭄 속 풍년으로 당국의 쌀 직불금 고민은 더 커졌다.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kg 한 가마니에 15만520원. 1년 전보다 1만5436원(9.3%) 떨어졌다.
정부는 쌀 농가의 소득 보전을 위해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4개월 동안 전국의 쌀 평균가격이 목표가격보다 낮을 경우 차액의 85%를 지급해 준다. 올해 책정된 목표가격은 18만8000원. 지금 상황에서는 농민들에게 지급해야 할 쌀 변동 직불금 예산이 500억 원 이상 부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예산이 부족해 통상 2월에 지급하는 직불금을 ‘연체’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한 농업 연구소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농정 당국자들이 천수답을 경작하는 농민들처럼 쌀값이 오르기만 기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11월에 내린 가을비로 전국 저수량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농식품부에 따르면 9월 하순 43%로 최저치를 나타냈던 저수량은 11월 하순 기준 52%로 9%포인트 올랐다. 18일까지 이달에만 내린 비가 99mm로 평년 강수량인 9mm보다 크게 높았다.
하지만 가뭄이 극심한 인천 지역의 저수량은 19일 기준 19%로 예년 이 시기의 평균 저수량인 89%보다 크게 낮았다. 전북(34%) 충남(44%) 충북(50%) 등도 저수율이 낮은 것으로 집계되며 내년 봄 영농 대비에 비상이 걸렸다. 통상 11월에는 전국 저수율이 77∼80%를 나타낸다.
:: 수리답(水利畓)과 수리안전답(水利安全畓) ::
강수 등 자연 용수에만 의존하는 논인 천수답(天水沓)의 반대 개념. 수리 시설을 통해 용수를 공급받을 수 있는 논을 총칭해 수리답이라고 한다. 수리안전답은 그중 10년 빈도의 가뭄에도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논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