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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저커버그의 육아 휴직

입력 | 2015-11-24 03:00:00


“아이를 유치원 버스에 태우면서 주위 시선 때문에 정장 바지를 입고 마치 육아휴직 중인 아빠가 아닌 것처럼 꾸몄다.” 지난주 부산에서 열린 ‘아빠 육아 활성화를 위한 토크쇼’에 나온 한 남성의 경험담이다.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다른 아빠는 “육아휴직 3개월 만에 고독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주변에 죄다 엄마들뿐이라 육아 전담 아빠들이 공감대를 나눌 만한 커뮤니티가 아쉬웠다는 고백이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딸이 태어나면 두 달간 유급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하버드대 동문인 중국계 미국인 프리실라 챈과 2012년 결혼했으나 3번이나 유산의 아픔을 겪었다. 어렵게 얻은 첫딸인지라 대단한 결심을 한 듯하다. 언론은 ‘미국에서 가장 바쁘고 강력한 CEO 중 한 명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밝힌 강력한 성명’이라고 평했다.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앞다퉈 육아휴직에 관심을 쏟고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아기 출산 혹은 입양 시 최장 1년까지 유급 휴가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야후는 여성 직원의 출산휴가를 8주에서 16주로 늘리고, 남성 직원을 대상으로는 8주 유급 휴가 제도를 도입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 머리사 메이어는 2012년 첫아들 출산 2주 만에 회사에 복귀한 데 이어 쌍둥이 딸 출산을 앞두고 있다. 첫 출산 후 빠른 복귀로 ‘일하는 여성들의 상징적 존재로서 기대를 저버렸다’고 비판받은 데 꽤나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한국에서도 정부 민간 합동으로 남성 육아휴직을 독려하고 있으나 갈 길이 멀다. 잡코리아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 10명 중 8명꼴로 육아휴직 사용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회사에 눈치가 보여서’(53.1%)가 가장 많았고 소득감소, 승진누락 우려 순이었다.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3421명으로 전체 육아휴직자 중 4.5%에 불과했다. 독일은 20%, 스웨덴은 44%에 이른다. 남 눈치 볼 일 없는 최고경영자가 아닌 한국의 직장 남성에게 육아휴직이란 여전히 먼 나라의 이야기인 셈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