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단독]한상균 “조계사를 투쟁거점으로” 불교계 “절에 왔으면 참회부터”

입력 | 2015-11-19 03:00:00

[민노총 위원장 조계사 은신]
민노총, 조계사 천막농성 계획… 사찰경내 투쟁 반대 여론에 취소
조계종, 19일 화쟁위서 대응 논의




묵묵부답 조계사 주지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이 18일 오후 관음전을 나서다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아무 말 없이 굳은 표정으로 걸어가고 있다. 이날 조계사 부주지 원명 스님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나 한 위원장 은신에 대한 조계종 안팎의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53)이 조계사를 민주노총의 제2본부로 삼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조계종 측에 요청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조계종은 종교시설에서 투쟁은 안 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17일 비공식적으로 “청와대 턱 밑인 조계사에서 장기 체류하면 이쪽으로 경찰 병력을 집중시킬 수 있어 12월 5일로 예정된 2차 대규모 집회 때 동지들이 편하게 시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계사를 제2의 노동운동 성지로 삼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은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투쟁을 위한 준비도 했다. 18일 오전 한 위원장 측은 조계사 대웅전 뒤편 공터에 천막을 설치하고 천막 농성에 들어갈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막 농성 계획은 조계사 부주지 원명 스님과의 면담 이후 취소됐다. 조계종 측은 면담에서 한 위원장 은신과 관련한 세간의 분위기를 전하며 조계사를 투쟁본부로 삼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한다.

조계종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조계종 측은 한 위원장 은신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17일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단순 은신이 아닌 투쟁의 뜻을 내비친 한 위원장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입장 표명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종 측은 여전히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민주노총 직원들이 오가며 시위 관련 회의를 하는 것도 불편하다”며 “경내에서 투쟁은 안 된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18일 오전 “사전 양해 없이 조계사로 들어오게 된 점을 사과드린다”며 조계종 총무원의 허가 없이 숨어든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부처님의 넓은 자비심과 화쟁의 마음으로 보듬어 주기를 부탁드린다”며 조계종 화쟁(和諍)위원회에 중재를 부탁했다. 화쟁위원회는 19일 관련 회의를 열 예정이다.

경찰은 조계종 측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계종 측이 회의를 거쳐 전격적으로 퇴거 요청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18일 조계종 측의 강경 분위기를 전해들은 한 위원장이 기습적으로 승복을 입는 등 변복을 하고 조계사를 빠져나가는 상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조계종 측이 공식적으로 퇴거 요청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며 “2차 대규모 집회를 지휘하기 위해 경내를 빠져나가는 한 위원장을 무조건 검거한다는 데 초점을 맞춰 그의 집회 참여를 막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성진 psjin@donga.com·김민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