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우주정거장(ISS) 등 우주에서 미생물의 독성이 더 강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NASA 제공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우주 공간과 같은 무중력 상태에서 미생물의 변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인간이 우주에 오랫동안 머물 경우 우주선이나 실험 장비 등에 딸려 올라간 지구 미생물이 우주 탐사의 복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생물은 식중독이나 각종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 우주에서 식중독균 더 강해져
여름철 단골 식중독 원인균으로 꼽히는 대장균 O157은 우주에서 독성이 더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석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팀은 무중력 상태로 만든 회전 체임버에 O157을 넣은 뒤 생리적 특성이 어떻게 바뀌는지 조사했다.
이 교수는 “열, 항생제 등 스트레스 상황에서 미생물의 생존 능력이 더 강해지는데, 무중력 상태도 미생물에게 일종의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해 스트레스 저항 기작이 발현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미생물 분야 국제학술지 ‘응용 및 환경미생물학’에 실렸다.
또 다른 식중독균인 살모넬라균의 경우 무중력에서 독성이 최대 5배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와 미 항공우주국(NASA)은 무중력 환경에서 키운 살모넬라균에 감염된 쥐의 치사율이 일반 살모넬라균에 감염됐을 때보다 더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무중력에서 자란 살모넬라균은 일반 살모넬라균의 5분의 1만으로도 쥐에게 치사량으로 작용했다.
○ 지구 오면 미생물 번식력 달라져
지구와 우주에서 잘 번식하는 미생물의 종류가 다르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카스투리 벤카테스와란 NASA 제트추진연구소 박사팀은 ISS에서 채집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 미생물의 번식 능력이 지구에 오면 달라진다고 미생물 분야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비옴(microbiome)’ 10월 27일자에 발표했다.
이 교수는 “미생물은 그람(Gram) 양성균과 음성균으로 나뉘는데, O157이나 살모넬라균 등 음성균의 경우 무중력 상태에서 더 강해지는 반면 황색포도상구균이나 리스테리아 같은 양성균은 별 차이가 없거나 약해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우리가 알고 있는 미생물에 대한 상식이 우주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