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같은 병사 위해” 民軍의 양보… 軍 “시설 낡아 생활 열악” 신축 추진 주민들 “관광명소 경관 해쳐” 반대… 권익위-종교계-市 중재로 해결
전남 여수시 돌산읍 금오산의 거북이 형세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정상 부근에는 간첩선을 발견한 임포소초가 있다. 여수시 제공
이곳의 초병들은 1분1초도 한눈을 팔지 못하고 경계임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생활은 괴롭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가건물은 냉난방이 되지 않고, 바닥이 썩어 쥐가 들락거린다. 사물함을 놓을 공간이 없어 바닥에 옷을 쌓아놓고 있고, 화장실은 한 개뿐이다. 식당도 비좁아 3교대로 식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육군은 이런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임포소초에 새 병영생활관(내무반)을 짓기로 했다. 20억 원이 투입되는 새 내무반은 1295m² 규모의 2층 건물이다. 신축 내무반은 햇빛이 잘 드는 양지를 골라, 낡은 기존 시설이 있는 곳에서 임포마을 쪽으로 100m 떨어진 곳에 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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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무반 신축을 둘러싸고 마찰이 장기화되면서 공사 착공이 해를 넘길 상황이 되자 국민권익위원회와 종교계, 여수시가 중재에 나섰다. 중재안은 육군 31사단이 새 내무반을 기존의 낡은 소초 시설이 있는 곳에 짓되, 주민들은 시설 규모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 내무반은 임포소초 초병 40여 명 외에 인근 레이더기지 병사 30여 명이 생활하는 시설로 통합된다. 여수시는 내무반을 기존 부지에 짓고, 공사부지를 공원화하는 사업에 7억 원을 지원키로 했다. 임포마을 주민들이 5일 총회를 열고 중재안을 받아들이면서 내무반 신축 갈등이 1년 만에 매듭지어졌다.
중재를 돕던 향일암 진옥스님은 “임포소초를 둘러보고 손자뻘인 젊은 초병들이 열악한 시설에서 나라를 지킨다는 것에 미안했다”며 “민관군이 한발씩 양보해 서로 상처를 입지 않고 갈등을 봉합했다”고 말했다.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