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15년 만의 신간 ‘그래도 즐거운 영국 산책’
199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이듬해 영국과 영국인에 대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집 ‘발칙한 영국 산책’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이 책은 영국 방송 BBC가 실시한 투표에서 ‘영국을 가장 잘 대표하는 책’으로 뽑힌 바 있다. 그는 2003년에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2014년 영국 시민권을 따 영국 국민이 됐다. 그의 신간 ‘그래도 즐거운 영국 산책’(사진)이 조금 더 특별한 이유이다.
브라이슨은 특유의 투덜거림과 불평으로 서두를 던진다. 어쩌다 20년 만에 다시 영국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는가? 그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 편집자가 ‘발칙한 영국 산책’의 출간 20년 기념과 나의 영국 시민권 취득이란 두 우연의 일치에 강한 베스트셀러의 기운을 예감했기 때문”이라고 재치 있게 서문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결국 시험에 통과한 그는 영국 곳곳을 다시 여행한다. 그리고 눈에 띄게 변화한 모습에 대한 개탄을 늘어놓는다.
그는 런던 히스로 공항의 활주로를 확장하려는 계획 때문에 그의 부인의 고향 마을이 없어질 위기에 처한 것에 분노한다. 갓 영국 땅에 도착한 20세 미국 시골청년의 눈에는 굉장히 고풍스럽고 귀족적으로 보였던 추억의 레스토랑이 사라진 것을 보며 향수에 젖는다. 그는 “왜 요즘 사람들은 더이상 전통과 옛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래도 영국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 “영국에서는 들판에서 산책하던 여성이 소 떼에 치여 중상을 입었다는 것이 주요 뉴스로 나온다. 미국에서는 총기 사고가 나도 그 주(州)의 신문에서나 잠시 언급될 뿐인데 말이다.” 그는 영국이 작은 나라라서 좋다고 말한다. 또 “영국인들은 정원 가꾸기와 산책을 좋아한다. 그들은 항상 질서를 지키고 현명하게 투표를 하며 경찰을 존중한다”며 소박하지만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영국인을 찬양한다.
만약 독자들이 브라이슨의 재치와 풍자가 섞인 또 다른 영국 여행기를 기대했다면 이 책에 실망할지도 모른다. 책은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거나 영국에 대한 혁신적 시각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영국의 몇몇 독자는 ‘새로운 이야기 대신 오래된 장소에 대한 그리움과 불평으로만 가득 차 있다’ ‘내 고향은 그가 묘사한 것처럼 나쁜 곳이 아니다’라며 이 책에 대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런던=안주현 통신원 jahn8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