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 들여 100대 시범운영 확인해보니
일선 지구대 경찰관이 앞가슴에 착용한 웨어러블 폴리스캠.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일선에선 폴리스캠 사용 기피
경찰은 웨어러블 폴리스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8억 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본보 취재진이 6, 7일 폴리스캠이 보급된 지구대와 파출소 등 4곳을 확인해 보니 일선 경찰관들은 이를 사용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시범 운영에 들어간 지 1주일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활용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올해 6월 도입을 앞두고 경찰관 8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7%가 ‘폴리스캠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과 상반된 풍경이다.
B지구대는 교육을 이수하고 폴리스캠을 착용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사용한 적은 없다. 한 지구대 직원은 “폴리스캠에는 경찰관의 행동도 다 녹음되니까 오히려 ‘경찰관 죽이기 아니냐’며 반발하는 직원도 있다. 사용을 강제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쓸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대다수 경찰은 폴리스캠보다는 스마트폰 활용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경찰관을 위협하는 피의자에게 스마트폰을 들이대 녹화 중이라고 엄포를 놓으면 억제 효과를 보는 데다, 상시 휴대하고 있어서 증거 수집을 할 때도 광범위하게 쓰고 있다. C 경위는 “술 먹고 경찰에게 함부로 하는 피의자에게 스마트폰만 들이대도 효과가 있다”고 했다. D 경사는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직접 화면을 보고 촬영할 수 있고 필요 없으면 자유롭게 편집·삭제도 했다. 폴리스캠은 화면에 어떤 모습이 담길지 모르니 작동시킬 때 주저하게 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폴리스캠은 경찰관이 녹화와 정지 기능만 선택할 수 있고 영상을 편집·삭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인권 침해를 방지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일선에서는 역효과가 나고 있는 셈이다.
○ 공권력 침해 행위엔 억제효과 ‘만점’
욕설이 10분 이상 이어지자 지구대 직원은 “지금부터 녹화를 시작하겠다”고 알리고 폴리스캠 작동 버튼을 눌렀다. 폴리스캠이 “전원이 켜졌습니다”란 알림과 함께 빨간 불빛을 내며 작동하자 욕설이 수그러들었다. 몇 분간 침묵을 지키던 남성은 “녹화 영상을 나도 볼 수 있느냐”고 물으며 폴리스캠을 경계했다.
시범 운영에 들어간 이후 촬영된 2건의 영상은 모두 이 지구대에서 촬영됐다. 중앙지구대 직원들은 폴리스캠으로 찍은 영상을 컴퓨터로 옮겨 시스템에 업로드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의 문제가 시스템에서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재현 중앙지구대장은 “공무집행방해, 모욕죄 등 경찰관을 향한 불법행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며 “공권력이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도 폴리스캠을 잘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폴리스캠에 경찰관에 유리한 영상뿐 아니라 불리한 영상도 담겨야 국민도 폴리스캠에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