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웨딩홀에서 합동결혼식을 올린 출소자 부부 8쌍이 하객들로부터 축하의 박수를 받고 있다. 올해로 30회를 맞는 ‘아름다운 결혼식’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지부와 법무부 법사랑위원 연합회의 후원으로 열렸다. 변영욱기자 cut@donga.com
“신랑신부 입장…입장…입장!”
예식이 드문 평일(5일) 낮 11시. 서울 서초동의 한 웨딩홀에서 8쌍의 신랑신부가 함께하는 특별한 결혼식이 열렸다. 30대 초반부터 50대까지 신랑 8명이 각자의 신부와 팔짱을 끼고 결혼행진곡에 맞춰 차례로 입장했다. 200여 명의 하객들은 8차례 힘찬 박수를 보냈다.
이날 새신랑이 된 김용기 씨(가명·52)는 지난해 7월 출소한 법무보호대상자다. 신부 정순이 씨(가명·42)는 지난해 1월 김 씨가 사업상 문제(배임)로 교도소에 세 번째로 수감됐을 때 두 딸을 돌봐준 ‘은인’이었다. 김 씨는 전처의 가출과 3번의 수감으로 자살까지 생각했지만 가족을 대신 지켜준 정 씨에 대한 고마움으로 마음을 바꿨다. 출소자 숙식보호 생활관에서 1년 동안 신세를 지며 한 푼씩 모아 재기를 위한 종잣돈을 마련했지만 결혼식은 엄두도 못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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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온 시간은 서로를 위한 소중한 선물~’이라는 축가 가사에 신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사회자가 “희망찬 앞날을 위해 행진”이라고 외치자 신랑은 가족이 아닌데도 진심어린 축하를 보내준 하객들에게 일일이 눈을 맞추며 감사를 표했다. 김 씨는 결혼식을 끝낸 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다시는 죄 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혼주, 주례, 사회자, 하객 대부분이 신랑신부측 가족이나 지인이 아닌 법무보호공단 관계자와 법사랑위원들이었다. 예복과 드레스 등 결혼식 비용은 법사랑위원 연합회가 부담하고 서울중앙지검이 반상기세트를 지원하는 등 각계의 도움으로 살림살이도 마련했다. 신혼부부들은 7일 강원도 원주로 암벽등반 신혼여행을 함께 갈 예정이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