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이겼지만 웃을 수가 없었다. 국제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인식 감독의 얘기다.
한국이 쿠바 야구 대표팀을 서울로 불러 4일과 5일 슈퍼시리즈를 치르는 것은 실전감각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한국시리즈 일정과 겹쳐 자체 청백전도 치르지 못한 대표팀으로선 슈퍼시리즈가 처음이자 마지막 실전 훈련이다.
쿠바와의 경기를 통해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고 보직을 확정지을 계획이었던 김 감독은 4일 경기를 마친 뒤 표정이 좋지 않았다. 4일 마운드에 오른 김광현과 이대은은 모두 호투했지만 안정적인 경기 운용을 검증하기엔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쿠바 타자들이 공격적으로 배트를 휘두르는 바람에 두 선수의 투구 수는 각각 38개와 44개에 그쳤다. 애초 김광현은 50개, 이대은은 70개 정도 던지게 하려던 김 감독의 계획과는 차이가 있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투수들의 투구수가 너무 적었다. 상대가 못 쳤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날 한국은 전체 투수 13명 중 5명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나마 임창민은 9회 초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등판해 공 6개만 던졌다.
한국과 달리 쿠바는 완패에도 느긋하다. 1차전 패배 뒤 쿠바 대표팀의 빅터 메사 감독은 “쿠바선수들의 경기 결과에 만족한다. 좋은 경기였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가면서도 그는 밝게 웃었다. 우승을 목표로 최고의 선수를 모아왔다는 메사 감독의 말이 진실일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임보미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