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부자들’로 언론 인터뷰 등 국내 활동 시작한 이병헌
영화 ‘내부자들’에서 일자무식 정치깡패 안상구 역을 연기한 이병헌. 쇼박스 제공
이병헌은 올해 영화 세 편에 출연했습니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와 ‘협녀: 칼의 기억’이 여름에 개봉했었죠. 하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선 건 처음입니다. 그 전에는 한국에 없었거나 제작발표회에만 잠시 모습을 비쳤었죠.
이유는 할리우드 촬영 일정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이병헌은 올해 미국에서 ‘미스컨덕트’와 ‘황야의 7인’을 촬영했습니다. 이병헌은 “덴절 워싱턴쯤 되면 모르겠지만 미국은 촬영 스케줄 조정에 매우 엄격하다. 1박 2일 일정을 뺄 때도 대여섯 번씩 부탁했다”고 하더군요.
이병헌은 ‘달콤한 인생’(2005년)에서 깡패 역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안상구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인물입니다. 파마한 단발머리에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고 허름한 다세대주택 옥상에서 라면을 끓여 소주 ‘일병’을 마시죠. 몰디브와 모히토를 헷갈리는 일자무식이기도 하고요.
이병헌(45)은 ‘내부자들’에서 모종의 사건으로 오른손을 잃은 건달 안상구를 연기했다. “라면 먹는 장면에서 원래는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능숙하게 하도록 연습했는데 안상구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결국에는 젓가락으로 퍼먹는 식으로 연기했다”고 했다. 쇼박스 제공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떨까요. 일단 미국에서 찍은 영화 두 편이 내년 개봉 예정입니다. ‘미스컨덕트’는 저예산 영화지만 알 파치노, 앤서니 홉킨스 등 ‘연기 신’이 나옵니다. ‘황야의 7인’은 서부영화의 고전을 50년 만에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덴절 워싱턴, 이선 호크 등이 출연합니다.
이병헌은 “알 파치노와 함께 연기할 때는 너무 긴장한 탓에 호흡곤란이 와서 기절할 뻔했다. 70대 중반인데도 소극장에 가서 따로 리허설을 하자고 감독에게 부탁하고,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는 열정에 감탄했다”고 하더군요. 그의 휴대전화에는 알 파치노와 그가 한 프레임에 담긴 모니터의 사진이 들어 있었습니다.
“일에 저를 쏟아 넣으며 지난 1년여를 보냈습니다. 작품에 완전히 몰입했을 때 숨을 쉴 수 있고, 자유로웠어요. 몇 번의 사과로 쉽게 과거의 저로 돌아가긴 힘들 겁니다. 일이나 사생활에서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