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도 그에게 다가가지 못했고, 그는 결국 고립 속에서 숨을 거두었다. 인간에게 다른 인간이 다가오지 않으면 고립된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다. ―라면을 끓이며(김훈·문학동네·2015년) 》
1층에 사는 사람이 바뀐 모양이었다. 그 소식은 한 중년 여성이 휴일 낮 벨을 누르며 “밑에 새로 이사 온 사람입니다”라며 무언가를 물어오면서 알게 됐다. 겨우 10가구도 채 안 되는 작은 빌라인데. 이웃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조차 제때 알 수 없었다. 원래 살던 이웃은 어디로 갔을까. 얼마나 여기 살았고 왜 나갔을까. 혹시 안 좋은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새로 오신 분은 가족이 몇 명이나 되려나. 잠시 궁금했지만 또 금방 잊게 됐다.
가끔 쪽방촌이나 고시촌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들을 기사로 접한다. 이달 13일 대부분의 언론에서 짤막하게 보도한 신림(관악구 대학동) 고시촌의 ‘묻지 마 살인’도 그런 부류다. 고시촌 이웃을 흉기로 살해한 서른다섯 살 용의자는 “(피해자가) 나를 감시하는 프락치다”라며 횡설수설했다고 한다. 범인, 피해자를 포함한 고시원 거주자 모두 서로 간 왕래가 없었을 뿐 아니라 찾아오는 이도 없었다고 한다. 수십 개의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고시촌은 알고 보면 그 방들 모두가 각기 ‘외로운 섬’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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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덩이 속에 갇힌 소방관에게도, 고시촌 낭인에게도 사람의 다가감이 필요하다.
우선 새로 이사 온 이들에게 제대로 인사하러 가야겠다. 마침 어머니가 보내 준 냉장고 속 얼음골 사과가 많이 남았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