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통합 4연패’를 달성한 삼성 류중일 감독은 “덕장(德將), 복장(福將)보다 지장(智將)으로 불리고 싶다”며 웃었다.
올 시즌 류 감독은 패장(敗將)으로 한국시리즈를 마쳤다. 류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통합 5연패에 실패해 죄송스럽다. 두산의 우승을 축하한다. 우리의 완패였다”며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기자회견장 밖에서는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의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2011년 감독 부임 이후 처음으로 놓친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정규리그를 1위로 마치며 ‘통합 5연패’에 거의 다가갔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한국시리즈 직전 도박 파문으로 이탈한 선발-셋업맨-마무리 투수 ‘빅3’의 부재가 치명적이었다. 삼성다운 야구는 종적을 감췄다. 류 감독은 “결과로 말해야 하는 프로에서 2등은 비참하다”며 쓰라린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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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스포츠에서 낮선 이번 이벤트는 류 감독이 오래전부터 생각해오던 일이었다. 2011년 아시아시리즈 우승 때 패배한 소프트뱅크가 보내준 축하에 크게 감동한 류 감독은 평소 “우리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패해도 공식 시상식이 끝날 때까지 상대팀을 축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우승만 해 기회를 잡지 못했던 류 감독은 올해 마침내 행동으로 옮겼다. 비록 통합 5연패는 실패했지만 이날 류 감독이 보인 행동은 그를 한국 야구역사에 남을 명장(名將)으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임보미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