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 덕분에 팬들에게 감동을 선물했다. 두리가 팀을 위해서 묵묵히 노력해 준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동안 내 말을 따라 줘 고맙다. 마음 같아서는 내년에도 함께 하고 싶지만 이제는 내가 두리의 말을 따라야 할 것 같다.”
‘독수리’ 최용수 감독(42)이 ‘로봇’ 차두리(35)와 함께 날았다. 최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축구협회(FA)컵 결승에서 인천을 3-1로 꺾고 전신인 안양 LG 시절이던 1998년 이후 17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정식감독 첫해인 2012년 ‘무공해(무조건 공격해) 축구’를 앞세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최 감독은 이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T리그 결승에서 광저우 헝다에 졌다. AFC 최우수감독상을 받았지만 아쉬움은 남았다. 지난해 FA컵 결승에서는 성남에 승부차기 끝에 무릎을 꿇었다. 최 감독은 선수로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지도자로 정규리그와 FA컵 우승을 모두 달성한 첫 감독이 됐다. 최 감독은 “FA컵 우승으로 2년 연속 준우승(2013 챔피언스리그, 2014 FA컵)에서 벗어났다. 내년에는 다시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서울은 정규리그 3경기를 남겨 놓고 있다. 그중 유일한 안방경기인 7일 수원전에 차두리는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다. 최 감독이 차두리의 말을 들어주겠다고 했으니 FA컵 결승은 사실상 차두리의 은퇴 경기였다. 최 감독은 “차두리는 인성과 실력을 모두 갖춘 최고의 선수였다. 한국 축구사에 이런 선수는 나오기 힘들다. 현역을 떠나지만 한국 축구를 위해 더 큰 일을 할 것”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승건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