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성적표]<3>막말과 추태 제 식구 감싸기
19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4년여 회기 동안 처리한 ‘징계안 의결’ 건수다. 임기 종료를 7개월 앞둔 결과물로는 너무 초라하다. 각종 비리와 막말, 품위 위반 등으로 윤리특위에 제출된 징계안은 총 39건이나 됐지만 처리된 건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심학봉 전 의원의 징계안 한 건뿐이다. 윤리특위가 “솜방망이 처벌 위원회냐”라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19대 국회의원들은 줄줄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27일 바른사회시민회의 자료에 따르면 19대 의원 가운데 범죄 혐의로 조사받거나 재판받는 의원은 18명에 달한다.
○ 더욱 거칠어진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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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태(鬼胎·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의 후손들이 한일 정상으로 있다.”(2013년 7월 당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며)
19대 여야 의원들의 입에서 나온 원색적인 막말이다. 동아일보가 19대 국회 윤리특위에 제출된 징계안 39건을 조사한 결과 막말로 인한 징계안은 16건으로 전체의 41%를 차지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 의원은 “여야 모두 자신의 지지층만을 생각하다 보니 거친 언사가 나온 것”이라며 “이는 국회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정치를 불신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막말 외에도 ‘선거 불복’, ‘국가 정통성 부인’과 관련된 발언도 많았다. 새정치연합 강동원 의원은 13일 대정부질문에서 “18대 대선은 가장 악질적이고 조직적인 관권 선거, 부정선거였다”고 구체적인 근거도 없는 주장을 하다 자체 징계를 받았다. 앞서 2013년 7월 통합진보당(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결정으로 해산) 소속 이석기 전 의원은 “우리나라는 애국가를 국가로 정한 적 없다”는 황당 발언으로 징계안이 제출됐다.
○ 징계안, ‘제출만 있고 징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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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에서 유일하게 징계안이 처리된 심 전 의원 징계안도 제출부터 처리까지 두 달 정도 걸렸다. 국회 관계자는 “심 전 의원의 성폭행 의혹에 대한 여론의 거센 비판이 없었다면 윤리특위가 이마저도 처리하지 않고 미적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징계안만 있고 징계는 없는’ 윤리특위에 대한 비판은 내부에서도 나왔다. 국회윤리심사자문위원회(위원장 손태규 단국대 교수)는 9월 “모든 징계 의견서가 사실상 사장(死藏)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자문위원 일동은 실망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단순 경고, 세비 감봉, 출석 정지 등 제재 수준별로 객관적 징벌 기준을 뚜렷하게 제시해야 한다”며 “윤리특위도 정치권 바깥 인물을 보강해 정당의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 국회의원의 부끄러운 범죄 퍼레이드
범죄자로 낙인이 찍힐 위기에 놓인 국회의원도 적지 않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자료에 따르면 의원들의 범죄 혐의는 성폭행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폭행, 뇌물 등 다양하다. 이들 의원 중에는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 새정치연합 이 원내대표 등 당 수뇌부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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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사회시민회의 김도연 정치팀장은 “국회의원이 법을 가볍게 여기는 풍조는 법적 처벌을 받아도 공천받는 데 아무 지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이 도덕적으로 흠결 있는 후보에 대한 정치적 제재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차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