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해피존’ 운영 첫날 표정… 한밤 시민도 택시도 줄서 “예전엔 승차거부 10차례 당해… 이젠 한번에 집까지” 승객들 환영 2015년말까지 운영… 근본대책 필요 지적
강남에선… 차례차례 23일 밤 ‘택시 해피존’이 설치된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 시민들이 줄을 서서 승차 거부 없는 택시를 타고 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강남역 일대는 금요일 밤이면 어김없이 ‘택시 잡기 전쟁’이 벌어진다. 장거리 손님을 태우기 위한 택시 운전사들끼리의 전쟁, 택시가 잘 잡히는 장소에서 택시를 선점하기 위한 손님들 간 전쟁, 승차를 거부하는 운전사와 택시에 타려는 손님의 전쟁. 서울시가 23일 이런 전쟁을 막기 위해 강남역∼신논현역 구간에 ‘택시 해피존’을 마련했다. 연말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방향별로 6곳에 임시 승강장을 운영해 시민들이 줄을 서 택시를 타는 것이다. 이곳에 대기하는 택시는 승차를 거부할 수 없다.
이날 ‘택시 타는 곳’이라고 적힌 커다란 노란색 입간판이 세워진 곳에는 어김없이 긴 줄이 형성됐다. 택시를 타려는 시민도, 승객을 태우려는 택시도 줄을 섰다. 서울시, 개인·법인 택시조합 등에서 나온 단속 인력 150여 명이 곳곳에서 현장의 질서를 유지했다. 승차 지원 업무를 하는 관계자들은 승객을 태운 택시 번호판을 종이에 수기로 적었다. 해피존에서 승객을 태운 택시에 지원금 3000원을 지급하기 위한 조치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었다. 강남역 일대를 지속적으로 단속하는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도 한시적으로 임시 승강장을 운영했는데 단속 인원 충원과 예산 문제로 지속되지 않아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 한영희 씨(24·여)도 “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할 승차 거부 택시들에게 세금으로 혜택을 주면서까지 제도를 시행해야 하는지 의문이다”며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생긴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종각에선… 위험천만 비슷한 시간 해피존이 없는 종각역 일대에서는 시민들이 차도로 내려서 택시를 잡고 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박성진 psjin@donga.com·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