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
천둥은 ‘뇌성과 번개를 동반하는 대기 중의 방전(放電)현상’을 이른다. 본래 천동(天動)이라는 한자어에서 왔는데 우리나라에서 음이 바뀌었다. 장고(杖鼓·長鼓)가 장구로, 호도(胡桃)가 호두로 된 것처럼.
천둥과 뜻이 같은 우리말은 ‘우레’다. “우레라니? 우뢰가 표준어 아닌가”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독자들도 많을 줄 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레는 우레→우뢰→우레로 표준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리와 달리 북에서는 ‘우뢰’를 표준어로 삼고 있다. 우뢰와 함께 내리는 비를 ‘우뢰비’, 우뢰가 우는 것을 ‘우뢰질’이라 한다. 많은 사람이 치는 매우 큰 소리의 박수도 ‘우뢰 같은 박수소리’라 한다. 우레와 우뢰는 남북 언어의 이질화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 모두 천둥은 표준어로 삼고 있다. 천둥이 울 때 나는 소리를 천둥소리라 하고, 천둥벌거숭이도 함께 올려두고 있다. 왜 있잖은가. 북한이 핵실험을 시사하며 “언제든 ‘핵뢰성(核雷聲)’으로 대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하는데, ‘핵뢰성’은 바로 핵천둥을 뜻한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태풍 몇 개/저 안에 천둥 몇 개/저 안에 벼락 몇 개’(대추 한 알·장석주). 어떤가. 천둥은 시어로도 썩 잘 어울린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