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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단독]세종로공원 ‘통신발상지 기념탑’ 놓고 서울시-미래부 기싸움

입력 | 2015-10-22 03:00:00

市 “시향 콘서트홀 예정지… 옮겨달라”… 미래부 “역사적 상징 자리… 안된다”
일각 “市, 20억 들여 공원 만들어놓고 4년만에 또 갈아엎나” 비판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세종로공원에 설치된 전기통신 발상지 기념탑.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017년 착공 예정인 ‘서울시립교향악단 클래식 콘서트홀’ 건립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마찰을 빚고 있다. 올 1월 서울시는 종로구 세종로공원에 2000석 규모(지상 5층, 지하 6층)의 대형 콘서트홀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첫 삽도 뜨기 전에 난항을 겪고 있다.

21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 7, 8월 두 차례에 걸쳐 세종로공원(8868m²) 중앙에 있는 ‘전기통신 발상지 기념탑(높이 9m, 폭 13m)’의 이전 협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미래부에 보냈다. 이 기념탑은 국내 전기통신산업 시작을 기념하기 위해 1992년 9월 한국통신(KT의 전신)이 한성전보총국(전기·통신을 전담한 조선 말기 관청)이 있던 세종로공원에 세웠다.

하지만 미래부는 국내 전기통신 역사가 시작된 장소의 역사적 가치를 보전해야 한다는 이유로 기념탑 이전에 부정적이다. 미래부는 또 “2011년 서울시가 20억 원을 들여 공원을 리모델링했는데 4년 만에 다시 없애는 건 무책임하다”며 ‘예산 낭비’를 지적했다. 세종로공원 뒤편 정부서울청사 별관의 외교부 등 다른 부처들도 일조권 침해와 보안 문제 등을 이유로 콘서트홀 건설에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연 때 교통 혼잡이 가중되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정부 동의가 없어도 기념탑 이전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이미 한국통신이 서울시에 기념탑을 기부했기 때문에 소유주인 서울시가 이전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 이영미 서울시 문화시설팀장은 “미래부에 보낸 공문은 기념탑 관련 의견을 미리 묻기 위한 것”이라며 “역사적 상징성이 문제라면 기념탑이 있던 자리에 표석을 설치해서 의미를 기리겠다”고 설명했다. 또 예산 낭비 지적에는 “리모델링했지만 이용객이 거의 없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며 “콘서트홀을 지으면 활용도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향은 전용 콘서트홀이 없어 국내 공연 때마다 클래식 음향시설을 갖춘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대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팀장은 “세종로공원 주변은 서울에서도 대중교통망이 가장 발달한 곳이라 승용차로 인해 교통 혼잡이 가중될 가능성이 낮다”며 “일조권, 보안 등 다른 문제 역시 건물 설계 과정에 반영해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신무경 fighter@donga.com·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