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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조희팔 측근의 구치소 동료가 전하는 이야기엔…

입력 | 2015-10-17 03:00:00

“40∼50여명 로비 금액-장소 적힌 문서 있다”




조희팔 측근과 감옥에서 같은 방에 생활하며 그의 수족 역할을 했다는 장모 씨가 11일 오전 1시경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 장 씨는 조희팔이 중국과 캄보디아를 오가며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카페 캡처

조희팔 최측근 강태용(54)이 중국에서 검거된 이후 검찰, 경찰 안팎에선 ‘조희팔 게이트’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의 범죄 추정 액수가 적게는 2조5000억 원에서 많게는 8조 원에 이르는 만큼 정관계 로비 자금도 상상을 초월했을 거라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그동안 이 사건으로 처벌받은 경찰, 검찰, 교정당국 관계자 8명이 받은 뇌물 액수가 30억 원을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도 아니다.

동아일보는 조희팔의 또 다른 측근 곽모 씨(47)와 100여 일 동안 대구구치소에서 같이 수감 생활을 한 장모 씨(24)를 12∼14일 사흘간 경북 구미와 서울에서 만나 조희팔 관련 얘기를 들었다.

“조희팔이 올해 중순 경북 포항을 통해 밀입국해 대구에 들렀다가 다시 나갔다고 들었어요.” 첫날 장 씨의 입에서 대뜸 2012년 5월 ‘죽었다던’ 조희팔이 올해 한국에 다녀갔다는 얘기가 나왔다. “출소 이후 곽 씨의 측근에게서 들었다”고 했다. 곽 씨는 조희팔의 2인자인 강태용, 강호용 형제와 절친한 사이다. 조희팔의 다단계 회사에서 임원으로 일했다. 조희팔이 중국으로 밀항한 이후에는 스스로 피해자 단체 공동대표를 맡고도 한편으로는 조희팔의 국내 은닉자금 690억 원을 빼돌리는 데 일조했다가 구속돼 2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대구구치소에서 복역 중이다.

장 씨는 10일 한 방송에서 조희팔 사건을 다룬 다음 날 새벽 인터넷 카페에 ‘조희팔 관련 방송 진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주인공이다. 장 씨는 이 글에서 “조희팔이 중국과 캄보디아를 오가면서 호의호식하고 있다” “조희팔이 2011년 중국 의사에게 30만 원을 주고 가짜 사망진단서를 끊었다고 들었다” “곽 씨가 조희팔에게 밀항 전 1080억 원을 몰래 건네받아 관리하고 있다”며 이 내용이 거짓이라면 법에 의해 처벌받겠다고 했다. 장 씨의 글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기자는 12일 구미에서 장 씨와 어렵게 만나 3일 동안 숙식을 함께하며 그의 주장을 들었다. 장 씨는 허름한 회색 티셔츠에 반바지, 맨발에 슬리퍼 차림이었다. 짐이라곤 검은색 노트북 가방이 전부였다. 그는 출소 이후 곽 씨와 사이가 틀어지면서 곽 씨 측에게 쫓겨 구미의 후미진 여관에서 숨어 지낸다고 했다.

장 씨는 1월부터 4월 10일까지 다섯 명의 죄수가 한 방을 쓰는 대구구치소 방에서 곽 씨의 수족 노릇을 하며 조희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감옥에 있을 당시 곽 씨가 조희팔의 또 다른 측근 A 씨 명의로 받은 손 편지를 봤는데, 국내 은닉자금 등을 거론하며 “조만간 만나자”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는 등 조희팔이 쓴 것처럼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출소 후 조희팔의 친필 글씨를 찾아 확인해 봤는데 감옥에서 봤던 편지 필체와 흡사했다고도 했다.

장 씨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우선 그가 대구구치소에 수감됐던 게 맞는지부터 확인해 봤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장 씨는 전 부인이 다른 남자에게서 665만 원을 편취하는 데 공모해 본인 명의 통장을 제공한 혐의(사기)로 지난해 10월 구속됐다. 그는 김천소년교도소에 있다가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뒤 대구구치소로 옮겨졌고, 2심에서 징역 6개월로 감형돼 4월 풀려났다.

장 씨는 조희팔이 밀항 직전 곽 씨에게 1080억 원의 관리를 맡겼고, 곽 씨 등 조희팔 측근들은 이 돈으로 대구에서 도박장을 운영하고 일부는 대구와 서울 등지 부동산에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곽 씨가 감옥에서 수익명세서를 편지로 보고받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고 했다. 4월에 출소한 이후엔 곽 씨의 측근 이모 씨를 만난 적이 있는데, 고급 외제차를 타고 지갑엔 5만 원권 현금이 가득했다고도 기억했다.

장 씨는 조희팔 측근이 정관계 유력 인사 40∼50여 명에게 로비한 금액과 장소 등이 적힌 문서도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부 여야 유력 정치인 및 검사 실명과 액수를 언급했다. 조희팔의 또 다른 측근 A 씨에게 있는 이른바 ‘○○○(A 씨 이름) 수첩’에는 더 많은 정관계 로비 리스트가 적혀 있다고도 했다.

장 씨는 감옥에서 곽 씨와 함께 생활하며 보고 들었다는 이야기를 1만 자가량의 문서로 정리해 조희팔 사기 피해자 모임인 ‘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바실련)’에 제공했다며 문서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 문서에는 곽 씨가 관리하고 있다는 1080억 원의 운용 내용과 곽 씨가 재판에 대비하며 나눴다는 대화 내용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바실련 관계자는 “장 씨가 출소 후 찾아와 한동안 사무실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감옥에서 들었다는 이야기를 문서로 작성한 적이 있다”며 “내용의 신빙성은 반반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자가 장 씨와 3일 동안 숙식을 함께하고 매일 대화를 나누면서 요구한 건 물증이었다. 장 씨가 감옥에서 들었다는 내용은 그럴듯하게 들려도 물증이 없는 한 모두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장 씨는 감옥에서 곽 씨 앞으로 왔던 편지 등 30여 장의 서류를 지인에게 맡겨뒀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3일 동안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제시하지 않았다. 장 씨와 함께 수감됐다던 곽 씨는 아직 감옥에 있어 만날 수가 없었다.

그가 조희팔 사건과 아무런 연관이 없으면서도 돌연 인터넷에 ‘옥중 진실’을 밝히겠다며 글을 올린 배경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남아있다. 그는 인터넷 글을 보고 여러 신문과 방송 기자들로부터 쇄도한 이메일을 보여주며 자랑하기도 했다. 그의 주장이 ‘조희팔 게이트’ 진실 규명의 단초가 될 수 있을까.

구미=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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