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은 목숨 앗아간 ‘철없는 장난’ ‘캣맘 벽돌 사망’ 용의자는 초등생 경찰, 옆 라인 CCTV서 단서 확보… 탐문끝에 초등생 3명 신원 확인 옥상서 발견된 족적 용의자와 일치… “친구들과 물체 낙하놀이” 진술 만 9세… 형사처벌 대상 안돼
경기 용인시에서 발생한 ‘캣맘 벽돌 사망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생 A 군(만 9세)인 것으로 16일 밝혀졌다. A 군은 또래 2명과 함께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물체 낙하실험을 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에 대한 증오 범죄의 가능성이 제기돼 왔지만 우발적인 불상사로 판명되고 있다.
○ “초등학생 낙하실험이 불상사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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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즉시 이 초등학생들의 인상착의를 토대로 탐문에 나섰고, 15일 오후 5시 30분경 A 군을 특정할 수 있었다. 곧바로 A 군의 가정을 방문해 A 군과 부모를 상대로 사실 확인에 나섰다. A 군은 벽돌을 던진 사실을 시인했고, 경찰서로 연행돼 이날 늦게까지 조사를 받았다. 또 현장 감식 당시 아파트 옥상에서 발견된 족적이 A 군의 신발과 일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A 군은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당일 아파트 놀이터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B 군(11)과 C 군(8, 9세 추정)을 만나 함께 옥상으로 올라가 학교에서 배운 물체 낙하실험 놀이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해당 동의 3, 4호 라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뒤 옥상으로 가 철제 펜스가 쳐진 옥상에서 돌멩이나 나뭇가지 등을 떨어뜨렸다. 그러다 A 군 혼자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옥상 지붕을 타고 5, 6호 라인으로 건너가 펜스도 없는 곳에서 현장에 있던 벽돌을 아래로 던졌다. A 군은 경찰에서 “당시에 아래에 사람이 있었는지 몰랐고, 내려오는데 친구들이 사람이 다친 것 같다는 얘기를 해서 놀랐다”고 진술했다. B 군 역시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A 군은 이후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언론보도 등을 통해 사망사고 소식을 들었지만 “무서워서 자수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군의 부모 역시 경찰이 찾아올 때까지 아들의 범행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 소방당국 지침 따라 아파트 옥상 개방
경찰 조사 결과 A 군은 평소 같은 아파트 단지 다른 동 옥상에 3차례 정도 올라가 본 경험이 있었다. 아파트 옥상은 2010년 이후 소방당국의 지침에 따라 비상대피소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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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당초 길고양이에게 집을 마련해 주는 캣맘에 대한 혐오 범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초등생의 우발적인 과실로 판명됐다.
앞서 8일 오후 4시 39분경 용인 수지구의 한 아파트에서 길고양이 집을 만들어주던 박모 씨(55·여)가 위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사망하고, 함께 있던 또 다른 박모 씨(29)가 머리를 다쳤다. 경찰은 이후 아파트와 사건 현장이 6, 7m 떨어진 지점으로 누군가가 고의로 벽돌을 던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해당 아파트 주민들을 상대로 유전자(DNA) 채취, 면접조사, CCTV 조사, 3차원 모의실험 등을 통해 용의자를 추적해왔다.
용인=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