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투병… 이광종 前올림픽대표팀 감독 ‘대한민국 체육 지도상’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이광종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지난해 6월 인천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23세 이하 대표팀 친선경기에서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서 투병의 힘겨움이 느껴졌다. 제자들을 호령하던 패기는 찾기 힘들었다. 그러나 그라운드에 다시 설 자신의 미래를 그릴 때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웃음도 새어나왔다. 2014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23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고 28년 만에 한국에 금메달을 안긴 이광종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51). 프로구단을 마다하고 2000년부터 청소년 선수들을 맡아 산전수전을 겪은 그의 지도자 인생은 인천 아시아경기를 통해 꽃을 피우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향해 닻을 올린 올 1월 ‘급성 백혈병’으로 쓰러졌다. 지휘봉도 내려놔야 했다.
5개월 전 삼성서울병원에서 세 차례 항암치료 후 골수이식수술을 받은 그는 현재 경북 영덕군에 있는 휴양시설에서 아내의 보살핌 속에 요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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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공과 수원 삼성에서 선수생활을 한 이 전 감독은 은퇴 후 15년간 15세 이하, 17세 이하, 19세 이하, 20세 이하 등 각급 청소년대표팀을 맡으며 유망주를 길러냈다. 2009년 17세 이하 대표팀을 지휘할 때는 국가대표팀 에이스인 손흥민(토트넘)과 김진수(호펜하임) 등을 지도했다. 14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축구 인재 육성을 위해 노력한 이 전 감독의 공로를 인정해 제53회 대한민국 체육상 지도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이 전 감독은 1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못한다. 그는 “아직 얼굴도 많이 부어 있고 수술 후유증에서 완벽히 회복하지 못했다. 이운재 올림픽대표팀 코치에게 대리 수상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빨리 완쾌해 ‘헌혈증’을 보내주는 등의 응원을 해 준 팬들 앞에 서고 싶다고 했다. 이 전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했던 용기를 바탕으로 병마를 이겨내겠다. 한국 축구에 보탬이 되는 지도자로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