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보컬 이부영과 재즈듀오 앨범 낸 美 피아니스트 바딤 네셀로브스키
재즈 피아니스트 바딤 네셀로브스키(왼쪽)와 보컬 이부영. 함께 음반을 낸 둘은 “팝은 대중이 받아들이면 성공, 내치면 실패이지만 재즈는 그렇지 않다. 자기를 찾는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두 사람 얼굴에서 승자의 미소가 엿보였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조금 길고 복잡한 그의 이름은 동유럽이 낳았다. 이민자인 그는 열일곱 살 때까지 흑해 연안의 아름다운 도시,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자랐다. 지금은 재즈가 업(業)이지만 그의 어린 시절 ‘별’은 다름 아닌 옛 소련의 한국계 음악 영웅 빅토르 최(1962∼1990)다.
“빅토르 최는 제게 짐 모리슨(1943∼1971·그룹 ‘도어스’ 보컬) 같은 존재였어요. 10대 초반, 오데사 스타디움에서 본 그의 공연도 생생해요. 그의 대표곡 ‘혈액형’을 재즈 피아노로 재해석해 보기도 했죠. 러시아 모스크바를 가득 메운 엄청난 빅토르 최 추모 물결, 그 영상을 어떻게 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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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협업은 이부영이 2013년 네셀로브스키의 첫 내한공연을 보고 크게 감동해 자신의 음반을 건네며 성사됐다. “부영의 목소리엔 재즈의 역사가 다 들어 있었고, 거기에 한국만의 정서가 더 있었어요. ‘작은 별’(이부영 곡)의 아카펠라 도입부는 그레고리안 성가나 라가 같은 이국의 오래된 음악을 떠올리게 했어요. 눈 감은 저를 어느 새 천 년 전의 한반도로 데려갔죠.”(네셀로브스키)
둘은 첫 만남 뒤 e메일로 아이디어를 주고받다 지난해 7월 서울의 올림푸스홀에서 만나 6시간에 걸쳐 대화 같은 즉흥 연주 방식으로 음반을 녹음했다. 앨범엔 그 긴장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노랫말 뜻을 모르는 바딤의 즉흥 연주가 놀라웠어요. ‘Listen’에서 ‘그 쏟아지는 빗소리…’ 하고 노래하자 건반이 ‘또르르 또르르’ 했죠. 제가 쓴 ‘부재’란 곡에서 ‘쓸쓸합니다∼’ 부분을 특히 그가 맘에 들어 했어요. 근데 ‘합니다∼’ ‘합니다∼’가 특히 너무 아름답다며 무슨 뜻이냐고 물었죠. 하하하.”(이부영)
네셀로브스키와 이부영은 지난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처음 함께 관객 앞에 섰다. ‘EBS 스페이스 공감’에도 출연했다. “미국 공영방송 PBS에서도 이제 더는 재즈 실황을 다루지 않아요. 한국 TV에서 재즈가 이런 대접을 받는다는 건 축복이에요.”(네셀로브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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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는 본질적으로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이부영의 말이 맞는다면 네셀로브스키는 머나먼 한국에서 그의 조각 몇 개를 찾은 듯했다. 이번 앨범에서 해외 동료들에게 가장 먼저 들려주고 싶은 곡으로 ‘Once upon a Summertime’을 그는 꼽았다. 왜. “‘쓸쑬함니다….’ 하하하.”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