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대가뭄에 8일부터 제한급수 홍성 가보니
충남 홍성군 주민 김병팔 씨가 7일 제한급수에 대비해 물을 받아놓은 고무통을 가리키고 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김 씨는 “세탁물이 쌓여 미리 받아둔 물로 손빨래를 해야 했다. 70년 넘게 홍성에 살면서 물이 끊긴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 봄까지 물 공급이 제한된다고 하는데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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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도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최연옥 씨(49)는 “업소용 세탁기를 돌리려면 가정용 세탁기보다 높은 수압이 필요한데 수압이 떨어지면 영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악의 가뭄에 대비해 8개 시군의 식수원인 보령댐으로 물을 공급할 부여군 규암면 백제대교 인근 금강 백제보 하류는 가뭄이라지만 푸른 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날 오후 3시 백제보의 초당 방류량은 40t. 예년 이맘때의 초당 56∼103t보다 적긴 하지만 물거품을 일으키며 빠른 속도로 물이 흘러나갔다. 정부는 이곳에서 내년 3월이면 말라붙을 보령댐 상류까지 21km 구간에 도수로를 만들어 하루 11만5000t의 물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 정도의 물을 끌어대기 위해 도수로 관로(지름 1.1m)로 취수돼야 할 물의 양은 초당 1.3t이어서 백제보의 공급능력은 충분하다.
4대강 사업 이전에는 이런 긴급대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부여가 고향인 정태수 충남도 언론홍보팀장은 “1970년대 말 가뭄이 극심하면 백마강은 백사장처럼 말라버렸다. 굴착기로 강의 모래바닥에 물길을 내서 지하에 스며든 물을 짜낸 뒤 3, 4단 양수를 통해 농경지에 물을 대던 모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충남도 물관리 부서 관계자는 “4대강 사업으로 물의 그릇이 커져 가뭄 대비가 가능한 것은 분명하다. 4대강이 정치 이슈가 되다 보니 효과를 언급하거나 활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조차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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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대책으로 이뤄지는 도수로 공사는 ‘속도전’을 방불케 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공기도 짧고 겨울공사이지만 내달 착공해 내년 2월까진 반드시 완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전체를 설계한 뒤 공사를 하는 한가한 방식으론 어렵다. 일부 구간 설계 후 공사를 하면서 다른 구간 설계에 돌입해야 한다. 재난상황이어서 사전재해영향성검토와 소규모환경영향성평가도 면제받았다”고 밝혔다.
홍성=김호경 whalefisher@donga.com /부여=지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