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어제 미국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타결과 관련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참여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미국이 중국에 대항해 해양국가 중심의 새로운 통상 질서를 수립한다는 TPP의 의미를 간과해 놓고 지금 참여를 검토한다고 쉽게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전략적 판단의 잘못을 인정하고 외교 통상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미국은 2011년부터 한미관계의 특수성을 들어 여러 차례 TPP 가입을 권유했다. 2013년 4월 3일 워싱턴에서도 미국 무역대표부(USTR) 웬디 커틀러 대표보는 “한국이 TPP를 통해 형성될 지역적 공급망의 핵심적 위치를 담당할 수 있다”는 네 가지 필요성을 들어 참여를 촉구했다. 일본이 그해 3월 15일 참여를 선언한 지 19일 만이다. 그러나 당시 한국은 새로 시작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사실상 거절했다. 그 뒤 2013년 11월 현오석 당시 경제부총리가 예비 협의 의사를 밝혔으나 이번엔 미국이 거절했다. 박근혜정부 초기의 통상 외교는 오판과 실기의 연속이었다.
TPP는 다자간 경제 협정일 뿐 아니라 중국의 세력 확장에 맞선 미국 일본 등 서방국가들의 외교 안보 동맹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TPP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치적 승리”라면서 TPP가 단순히 경제협정을 넘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일본의 지정학적 승부수라고 논평했다. TPP는 태평양을 둘러싼 12개국으로 출발하지만 그 영향력에 비춰 다양한 국제 협정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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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둘러싼 국가들 사이에 지정학적, 지경학적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상황이다.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개방과 무역으로 성장한 한국은 세계 흐름을 놓치지 말고 21세기 새로운 질서에 올라탈 생존 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