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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低에 무관세… 수출시장 日波萬波

입력 | 2015-10-07 03:00:00

TPP 타결 이후, 수출전략 다시 짜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당진항에 현대글로비스가 최근 구축한 물류기지에 선적을 기다리는 차들이 줄지어 주차돼 있다. 현대글로비스 제공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국내 제조업은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미국 수출을 늘려왔다. 지난해 대미(對美) 수출액은 703억 달러(약 82조 원)로 2010년(498억 달러)보다 41%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한국 수출에서 대미 수출 비중은 10.7%에서 12.3%로, 올해 1∼8월엔 13.3%로 증가했다. 2012년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그해 말부터 시작된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거둔 성과였다. 그러나 5일(현지 시간) 한국이 빠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타결되면서 미국 시장에서 일본과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국 수출이 또 하나의 걸림돌을 상대하게 된 셈이다.

○ 경쟁 심화 우려, 주가에 반영

일본과의 경쟁 심화 우려는 관련 산업, 특히 자동차 관련 산업 주가에 즉각 반영됐다.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 주가는 전날보다 3.66% 떨어졌다. 기아차(―3.24%)와 현대모비스(―0.87%), 만도(―2.18%), 현대위아(―3.89%)도 각각 주가가 내렸다.

TPP 타결로 일본산 자동차부품은 약 80% 항목에 대해 관세 2.5%가 전면 철폐된다. 일본산 부품을 사용하는 도요타 미국 공장이 원가를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현정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업체들은 생산 규모가 큰 만큼 부품 관세가 철폐되면 생산원가가 크게 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의 경우는 내년 한국산 차의 관세 2.5%가 철폐되는 반면 일본산은 TPP에 따라 25년에 걸쳐 2.5% 관세가 철폐된다.

미국에 현지 공장을 둔 도요타, 혼다, 닛산, 스바루의 올해 1∼9월 미국 판매량은 460만 대로 현대·기아자동차(105만 대)의 4배가 넘는다. 또 국내 부품업체들이 현대·기아차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해외 수주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일본 부품 업체와 수주 경쟁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업계는 전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경합을 펼치고 있다. 전자업계 한 임원은 “일본 가전이 북미 시장에서 7∼8% 관세가 붙은 상태에서 팔렸는데 앞으로 관세만큼 값이 싸질 수 있다면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기술력 중심의 최상급 모델을 추구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 가전은 범용 제품까지 폭넓게 갖추고 있어 일본 기업이 쉽게 추격하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캐나다 등 북미 TV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 삼성전자와 LG전자 점유율은 각각 35.1%와 11.9%였다. 일본업체는 소니 7.1%, 후나이 5.6%, 샤프 4.6% 등 한국업체에 크게 뒤처진다.

○ 베트남 생산 의류업계는 수혜

의류업계는 베트남에 공장을 둔 업체들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내 의류단지는 공동화가 우려된다.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TPP 가입국인 베트남은 해외에서 원사와 섬유를 들여와 전 세계 의류 수출량의 4.1%(168억 달러)를 수출한다. 장수영 KOTRA 통상전략팀장은 “의류업체들은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기는 한편 국내에서는 고급 제품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6일 베트남에 공장을 둔 의류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업체인 한세실업 주가는 장중 19.4%까지 오르는 등 강세를 보이다가 전날보다 4.1% 상승하며 마감됐다. 베트남에 생산 공장을 가진 일신방직도 2.28% 올랐다. SG충남방적은 가격 제한폭까지 올랐고, 경방(4.06%) 등도 주목을 받았다

석유화학업계는 TPP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생산량의 45% 내외를 중국에 수출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제품은 싱가포르와 암스테르담 등 대형 허브 시장을 통해 거래되면서 이미 세계 각국이 0%대 수준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비를 감안해 미국보다는 동남아에 주로 수출한다”며 “일본산은 자동차·조선용 강판에 특화돼 있고 국내 업체들은 열연제품을 주로 수출하므로 품목이 많이 겹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박형준·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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