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여사원 모임 ‘女벤저스’ 남성중심 조직문화 바꾸기 앞장… 웹툰 올리고 익명 채팅 공개 이번엔 결혼-육아 고민담은 책 발간… 정지선 회장 “제안 우선 반영” 격려
여사원들이 뭉쳐 사내 문화를 바꾸는 캠페인을 펼치고 여사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자 조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왼쪽부터 사내에서 ‘여벤저스’라 불리는 장혜리 대리, 이지형 과장, 김희정 박도연 대리.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이들은 올해 또 새로운 일을 벌였다. 여사원들의 입사 이후 고민과 해법을 담은 100쪽 분량의 책(e북)을 내겠다고 선언한 것. 이달 중순 출간될 ‘여성 직원 생애주기별 가이드’다. 사내 관심을 몰고 다니는 이들에게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주목했다. 직접 “이 모임의 제안은 가장 먼저 검토하고 반영하라”고 지시했고 집필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2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집필에 참여한 이 모임의 이지형 노사문화팀 과장(32), 박도연 미래전략팀 대리(30), 김희정 영업기획팀 대리(32), 장혜리 여성패션팀 대리(30)를 만났다. 모두 2007년 이후 입사해 조직 내 허리가 된 이들이다. 화제를 몰고 온 여러 활동 끝에 출간을 결정한 것은 ‘맨땅에 헤딩하듯’ 겪은 고충들을 다른 직원들과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몸 쓰는 일이 많아 남자 사원을 선호했던 유통업계에서 ‘선배 여직원’이 들려주는 진솔한 조언을 듣기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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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직원들이 이런 활동을 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몇 년 전 회사에서 외부 업체에 의뢰했던 직무만족도 조사 결과 때문이었다. 조사 결과 20, 30대 여성 사원, 대리급 만족도가 모든 연령과 직급을 통틀어 최저로 나타났다. 위기감을 느꼈다. 실제로 남자처럼 목소리 크고 보이시해야 일을 잘한다고 생각했고 갑자기 늘어난 여직원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남자 상사들이 많았다. 업무 스타일도 달라서 ‘무조건 강하게 밀어붙이라’는 남자 상사들의 조언에 따랐다가 협력사 여사원들과 갈등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여사원들의 고민을 공유하고 답을 찾을 독자적인 모임이 절실하다고 생각했고 다행히 회사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줬다.
이들은 “직접 목소리를 내면서 조직이 바뀌고 있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여직원에 대한 이해도와 배려도 높아졌고 임신·출산 관련 사내 지원이나 혜택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장려하기 시작했다.
“사실 제도가 더 보탤 게 없을 만큼 다 잘 갖춰져 있다 해도 편안하게 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면 소용없잖아요. 저희 활동으로 여직원도 일하기 좋은 조직문화가 자리 잡히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게 가장 큰 보람입니다.”(이지형 과장)
이들은 2000여 명의 현대백화점 임직원이 보게 될 이 책이 “여성 임직원을 위한 책이지만 결국 그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남자 직원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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