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영판단… 배임 고의성 없어 비자금 조성했지만 개인유용 안해”
이 전 회장은 2011년 8월부터 2012년 6월까지 KT가 이 전 회장의 친척과 공동 설립한 OIC랭귀지비주얼(현 KT OIC) 등 3개 벤처업체 주식을 의도적으로 비싸게 사들여 회사에 총 103억5000만 원의 손해를 끼치고, 2009년 1월∼2013년 9월 회사 임원들의 현금성 수당인 ‘역할급’ 27억5000만 원 중 일부를 돌려받아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배임 혐의 부분에 대해 “기업 인수나 투자가 필요한 것이라고 판단될 경우 기업가치에 대한 외부기관의 평가를 받고 그 평가에 따라 기업 인수나 투자를 했다면 기업 가치를 낮게 보는 의견을 따라가지 않았다고 해서 배임의 고의를 쉽사리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인수 대상이 된 각 회사의 가치를 낮게 잡아 배임죄를 적용했지만, 재판부는 “현재보다 미래가치를 보는 벤처투자의 특성을 간과했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재판부는 “당시 KT의 투자 결정은 투자에 앞서 내부 논의·외부 컨설팅 결과 등 정식 절차를 밟았고 이 전 회장의 강압적 지시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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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후 법정을 나선 이 전 회장은 “당연한 판결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자신을 기소한 검찰을 꼬집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회장이 재직 중이던 2013년 10월 22일 KT 본사 등 16곳을 압수수색하며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으며, 이 전 회장은 그해 11월 12일 사임했다. 이 때문에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청와대의 의중에 따라 이 전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수사가 아니냐는 말이 무성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