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좋은 나이야. 너는 진짜 결혼적령기에 결혼한 거야.”
한 친구의 농담 같은 진담에 우린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동의했다. 베이비부머인 우리 세대의 결혼적령기는 20대 중반이었다. 그리고 아들딸 남매를 두는 게 단란한 가정을 이루는 기본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서른이 되기 전에 거의 다 결혼했고 대부분 슬하에 두 자녀를 두고 나름대로 잘 살아왔다. 그런데 결혼 30년이 지난 지금 친구들은 새삼스럽게 “정말 그 나이가 우리들의 결혼적령기였을까?”를 자문해본 것이다.
우리 친구들은 인생의 3분의 2를 살았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남은 3분의 1이 얼마나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갈 것인가를 안다. 따라서 그것을 깨달은 나이에 출발한 늦깎이 친구는 젊은 날에 우리가 소중한 줄 모르고 엄벙덤벙 보낸 결혼생활을 금방 따라잡을 것이다. 그러므로 늦었어도 늦지 않은 것이다.
전에는 가끔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워한 적이 있었다. 그랬다면 시간을 더 소중하게 보냈을 것이고 조금 더 지혜롭게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늦은 나이란 없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100미터 달리기의 기록이 저마다 다르듯이 한평생을 살아가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므로 결혼이든 다른 무엇이든 자기의 속도에 맞을 때가 적령기다. 혹시 늦었다는 생각에 주춤하고 있다면 그것이 남의 장단이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누구나 자신의 장단에 춤출 때가 가장 돋보이고 자연스럽다.
윤세영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