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박경리문학상에 아모스 오즈] 수상자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 인터뷰
제5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아모스 오즈는 자신의 일상에 대해 “매일 쓰고 고치는 것을 반복하는 생활”이라고 말했다. 그는 “잘 쓴다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며 나는 매일 노력하며 일하는 ‘노동자’”라고 밝혔다. 사진은 사진작가 우지 바론(Uzi Varon)이 촬영했다.
제5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아모스 오즈(76)는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밝은 음성으로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현지 시간으로 오전 7시 30분 이스라엘 아라드의 자택에서 전화를 받았다. 그는 인터뷰 내내 질문에 꼼꼼하게, 유쾌하게 답변했다.
그는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최근 10여 년간 꾸준히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돼 온 세계적인 소설가다. 1978년 이스라엘 평화단체 ‘피스 나우(Peace Now)’를 설립하는 등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위해 활동해온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은 세계 30여 개국에서 번역됐다.
―여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그러고 보니 당신의 출세작 ‘나의 미카엘’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 작가가 쓴 것 같다(‘나의 미카엘’은 불행한 결혼생활을 영위하는 여성의 입장에서 쓰인 소설이다).
“‘나의 미카엘’을 쓰고 많은 여성들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의견이 갈리더라. 도대체 여자 마음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는 반응, 작가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는 반응. 그때 난 20대였다. 내가 여자의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웃음).”
―당신은 ‘행동하는 작가’로도 잘 알려졌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남북한의 대치 상태를 떠올리게도 한다. 좀 다르지만.
“나는 ‘타협’을 믿는다. 타협을 ‘더러운 말’로 여기는 이들도 있긴 하다. 이스라엘을 집에 비유한다면, 우리는 전혀 다르고 까다로운 이웃과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한국과 북한은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역사를 공유했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역사도, 종교도, 언어도 다르다.”
―당신의 작품은 결국 인간관계에서 빚어지는 문제들을 다룬다. 현대인이 갖고 있는 고민이 여기에서 비롯되는 건가.
“현대인뿐 아니다. 새로운 것은 없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에게는 늘 이런 질문이 던져졌다. ‘나는 왜 여기 있는가,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물음말이다. 현대인은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돈을 벌고 좋아하지도 않는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애쓴다. 그런데 정말, 그것이 살아가는 이유인가?”
“작가로서 내가 할 일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독자들은 책을 보면서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찾는 것이고. 나는 비행기 소설(airport books·비행기 안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읽는 소설)을 쓰는 것도 아니고 오락물을 쓰는 것도 아니다. 독자들이 내면의 자신과 마주하기 위한 소설을 쓴다.”
―박경리 선생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나.
“아쉽게도 아직 읽지 못했다. 한국 작가들이 쓴 소설을 몇 편 읽었다. 힘 있고 인상적인 작품들이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혹시 내가 상금을 받고 빨간 스포츠카를 사서 미인과 세계일주를 할 거라고 기대하나? 실망스럽게도 아니다(웃음). 아내와 자녀들과 손자손녀들과 시간을 보낼 거다. 좋은 음식을 먹고 음악을 듣고 산책하고… 천천히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거다. 차기작 내용? 스포일러는 안 되지(웃음).”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