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
공격수로서 김신욱(196cm, 93kg)의 신체조건은 탁월하다. 큰 키를 이용한 제공권 장악이 최대 장점이다. 문제는 김신욱이 경기에 투입되면 공격 전술이 급속도로 단순해진다는 것이다. 짧고 세밀한 패스가 줄어들고 수비수들은 김신욱의 ‘머리’를 겨냥한 부정확한 패스를 남발한다. 이렇다 보니 김신욱은 최전방에 자주 고립됐고 어쩌다 헤딩으로 볼을 따내도 패스해줄 동료가 없었다. 최전방 공격수가 전방에서 만들어낸 공간으로 2선 공격수가 침투한 뒤 미드필더의 패스를 받아 골을 노리는 ‘슈틸리케호’의 기본 전술과는 맞지 않는 상황이다.
8월 열린 동아시안컵 일본전은 김신욱의 한계를 보여준 경기였다. 김신욱을 향한 긴 패스는 일본 선수들에게 간파됐고 대표팀은 답답한 경기 속에 1-1로 비겼다. 또다시 ‘계륵 논란’에 휩싸인 김신욱은 결국 9월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라오스전, 레바논전에 나서는 대표팀 명단에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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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선수들이 대거 대표팀에 뽑히지 않는 이상 김신욱이 대표팀에 합류하려면 스스로 변화하는 수밖에 없다. 특정 선수에게 맞춰 공격 전술을 구성하는 것은 대표팀에 위험한 도박이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당시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은 아르헨티나를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가 운전하는 롤스로이스’로 표현했다. 그러나 ‘축구의 신’으로 불리는 메시 개인의 공격력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던 탓에 아르헨티나는 8강에서 탈락했다.
김신욱에게 제공권을 포기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머리가 아닌 발로도 팀 공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공중 볼 다툼에 따른 체력 소모를 줄이는 대신 상대 진영을 부지런히 누비면서 동료에게 공간을 확보해줘야 한다. 2000년대 초반 체코의 전성기를 이끈 공격수 얀 콜레르(202cm)가 좋은 롤 모델이 될 수 있다. 장신임에도 발재간이 뛰어났던 그는 자신에게 수비가 집중되면 간결한 원터치 패스로 동료들에게 골 기회를 만들어줬고, 덕분에 체코는 2004 유럽축구선수권에서 4강에 올랐다.
활용법을 찾지 못하고 버리기에는 김신욱이 가진 신체조건과 잠재력이 너무나 아깝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