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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쪽방촌 선물 단골구매… “상인-소외계층 모두 웃음꽃”

입력 | 2015-09-22 03:00:00

[기업과 함께, 부활 전통시장]<3>코스콤-서울 대신시장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도신로 대신시장에서 정연대 코스콤 사장(오른쪽)이 시장 상인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 사장은 이날 추석을 앞두고 영등포구 저소득 가정에 줄 선물세트를 사기 위해 임직원들과 함께 대신시장을 찾았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직원들한테 갖다 주면 좋아하겠네. 인절미랑 개피떡도 넉넉하게 싸줘요.”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도신로 대신시장 떡집 ‘서울떡방아간’에서 정연대 코스콤 사장은 상인이 건네는 인절미를 맛본 뒤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소외계층을 돕기 위한 물품을 사러 코스콤 임직원들과 함께 대신시장에 들른 길이었다. 이날 코스콤은 샴푸 치약 등 생필품이 담긴 추석 선물세트와 떡 등 소외계층에 전달할 물품 700만 원어치를 구입했다. 선물은 영등포 쪽방촌 등에 거주하는 소외계층 200명에게 보낼 예정이다. 정 사장은 이날 소외계층에 줄 선물과는 별도로 추석 차례용으로 쓸 북어포 5만 원어치와 개인적으로 줄 추석 선물세트 2세트 등도 온누리상품권으로 함께 구매했다. 코스콤이 선물세트를 구입한 잡화점인 ‘영광DC프라자’의 방봉숙 사장(58·여)은 “(코스콤 직원들이) 때마다 잊지 않고 찾아와 상인들을 도와줘 고맙다”고 말했다.

코스콤은 대신시장과 2011년 11월 ‘1기관 1시장 자매결연’을 했다. 코스콤은 명절을 앞두고 이같이 사회공헌용으로 쓸 물품들을 대신시장에서 사는 행사를 열고 있다. 상인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선물은 가급적 여러 상점에서 돌아가면서 산다. 자매결연 이후 코스콤이 대신시장에서 산 사회공헌 물품은 2억2260만 원어치나 된다. 11월과 12월에는 각각 김장배추 500만 원어치와 방한용품 등 연말 쪽방촌 후원물품 3000만 원어치를 더 살 계획이다.

코스콤의 활동은 대신시장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 1965년에 세워진 대신시장은 6200m² 터에 들어선 도심형 전통시장 중 하나다. 대신시장은 시장이 세워질 당시에는 최신식 시장 중 하나였다. 일종의 주상복합아파트 건물에 들어선 대신시장은 상가 위로는 아파트를 두고 있다. 당연히 시장에 지붕이 있는 형태다. 전통시장에 지붕이 없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1970, 80년대에 인근 주민들에게 “대신시장은 비가 와도 우산 없이 장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한때 백화점 못지않은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전통시장의 쇠락은 막을 수 없었다. 백화점과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들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대신시장은 176개의 상가가 들어설 수 있게 구성돼 있지만 오가는 손님이 적어 지금은 100여 개의 점포에서만 주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코스콤 임직원들이 찾은 날도 추석 대목을 앞두고 있는데도 오가는 사람이 없어 한적했다. 최명희 서울떡방아간 사장(72·여)은 “전통시장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겪어 보지 않으면 얼마나 형편이 안 좋은지 잘 모를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코스콤이 대신시장과 자매결연을 한 건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여의도 금융가 중심에 위치한 코스콤과 신길동에 위치한 대신시장의 거리는 자동차로 약 10분, 걸어서는 약 4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코스콤에서 오갈 수 있는 시간만 따지면 영등포시장이 더 가깝다. 하지만 코스콤은 인연을 맺을 전통시장을 찾을 당시 영등포시장보다 훨씬 열악한 대신시장을 택했다. 더 어려운 시장에 도움을 줘야 진정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안연봉 대신시장 상인회장은 “다른 전통시장들도 기업들과 자매결연을 하지만 이렇게 오래도록 전적으로 도와주는 곳은 별로 없다고 들었다”며 “코스콤의 도움은 상인들의 피부에 와 닿고 있다”고 말했다.

비단 선물 구입 행사 때뿐만 아니라 코스콤 직원들은 개인적으로도 대신시장 돕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현주 코스콤 과장은 “점심시간이 되면 가끔 여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택시를 타고 대신시장에 와서 참기름이나 생필품을 산다”고 말했다. 남자 직원들은 저녁에 대신시장에 들러 홍어에 막걸리 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코스콤은 단순히 물건을 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회사 특성에 맞게 대신시장 상인들에게 IT 교육을 해주고 있다. 코스콤은 상인들을 상대로 PC 활용, 인터넷뱅킹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왔으며 IT 고객만족(CS)서비스 노하우도 가르쳐 주고 있다. 시장 내 컴퓨터와 복사기 등 IT 기기 교체를 후원해주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코스콤은 시장 환경 개선 차원에서 발광다이오드(LED) 간판과 전광판을 제작해 지원하기도 했다. 시장 입구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지나가는 손님이 시장의 존재를 잘 모르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코스콤과 대신시장의 자매결연은 다른 기관들에 우수 사례가 되고 있다. 김은배 영등포구 시장개선팀장은 “시장과 기업 자매결연 중 사회공헌과 시장 활성화를 동시에, 그리고 꾸준히 진행하는 성공적인 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다른 기관과 시장에도 전파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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