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개국 목표로 추진 논란
8월 13일 열린 한국기원 바둑채널사업단 발대식. 한국기원은 내년 1월 새로운 바둑TV를 신설할 방침이지만 케이블 인터넷방송 채널 번호를 아직 확보하지 못해 내년 상반기까지는 새 바둑TV를 시청자가 볼 수 없다. 한국기원 제공
한국기원은 1996년 개국해 20년 가까이 바둑 방송을 해온 바둑TV(CJ E&M 소속)에는 내년부터 기보 사용권을 주지 않을 방침이다. 따라서 바둑TV는 대국 해설 방송이 불가능해 사실상 ‘시한부 선고’를 받은 셈이다.
한국기원은 새 바둑TV가 기존 바둑TV의 문제점을 해결할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다.
○ 진실게임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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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 측은 최근 “그동안 바둑TV가 자사의 이익 극대화만 추구할 뿐 바둑 발전 등에 힘쓰지 않고 오히려 바둑 기전 유치와 중계를 빌미로 한국기원 정책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협찬고지비. 지난해 7월 한국기원과 바둑TV는 협약을 맺고 바둑TV가 가져가는 협찬고지비를 기전 예산의 3%로 합의했다. 하지만 한국기원에 따르면 바둑TV 측이 합의한 액수보다 더 많은 비용을 계속 요구해 더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
바둑TV 측의 주장은 다르다. 기전 상황에 따라 실무 비용에 대한 협의를 했을 뿐 협약을 어긴 적은 없다는 것이다. 또 바둑TV가 설령 잘못한 것이 있더라도 이를 빌미로 기보 사용권을 주지 않아 사업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바둑TV 측은 한국기원에 최근 공문을 보내 ‘국내 최대 상금의 기전 창설’ ‘바둑발전기금 마련’ 등의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한국기원 측은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운영 능력은 있나
한국기원은 새 바둑TV에 자본금 40억 원을 투자해 지분 100%를 가질 예정이다. 40억 원은 한국기원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의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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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순 없지만 내년 말엔 손익분기점을 맞출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미 형성된 바둑 방송 시장이 있어 수지를 맞추는 게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 절차상 하자는 없나
일부 바둑 기사는 한국기원의 미래를 좌우하는 사업에 바둑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집행부의 뜻만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국기원 이사인 남치형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40)는 “이 정도로 큰 사안이면 당연히 한국기원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방침을 정해놓고 뒤늦게 10월 5일 임시이사회 보고 안건으로 올렸다”며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기원 관계자는 “이사회 내 운영위원회에서 승인한 것이어서 문제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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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국 일정도 촉박하게 잡아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내년 상반기 내로 새 바둑TV가 케이블 인터넷TV(IPTV) 등에서 채널 번호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해 시청자들은 그 기간에 기전 해설방송을 볼 수 없다. 한국기원의 한 관계자는 “그 부분에 대한 비판은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최대한 빨리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