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기관 건전성 악화 우려
경기 악화로 위기에 빠지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산은이 감당해야 하는 부실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부실기업 뒷바라지에 등골이 휠 지경인 산은이 ‘맏형격’ 정책금융기관에 걸맞은 기업 관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기업 구조조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15일 정우택 의원(새누리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기업들에 대한 은행권의 전체 채권액은 4조8856억 원이며 이 중 18.9%에 달하는 9255억 원을 산은이 쥐고 있다. 민간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기업 구조조정에서 발을 빼고 있는 가운데 국책은행인 산은이 부실기업에 대한 추가 지원 부담을 떠안은 결과다.
광고 로드중
문제는 채권 규모 등 덩치만 커졌을 뿐 산은이 기업 관리 능력이나 구조조정에 있어서 충분한 전문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도 금호산업 매각 과정에서 매각 금액을 둘러싼 채권단 내부의 이견을 매끄럽게 조정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산은 의사 결정의 속도감과 결단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자회사로 관리 중인 대우조선해양에서는 수조 원의 부실까지 드러났다.
기업 구조조정 부담이 지나치게 산은에 쏠림에 따라 산은의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산은의 부실채권은 6월 말 현재 3조 원으로 부실채권 비중이 2.44%에 이른다. 국내 시중은행의 평균 부실채권 비중(1.5%)보다 높다. 정 의원은 “기업 구조조정이 실패할 경우 산은의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구조조정 시스템의 변화를 고민해야 할 때이며 산은의 금융안정성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산은이 기업 구조조정을 전담하다시피 하는 현재의 상황은 문제가 있다는 판단으로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 등을 통한 구조조정 시스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윤창현 전 금융연구원장은 “산은이 부실기업의 처리 등 구조조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나 산은에 너무 큰 부담이 쏠려 있다”며 “구조조정 전문회사 등 민간 시장에 산은의 역할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